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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Feb 25. 2017

나는 엄마다. 33

사랑하는 다온아.


오늘로 다온이가 세상에 빛을 본지 딱 90일이다.


세상에. 우리아가. 정말 많이 컸구나.


어제는 다온이가 드디어 3개월 가까이 쓰던 젖꼭지를 거부하며 엄청나게 서럽게 울었단다.


일반적인 짜증이 아니라 정말 나한테 왜이러냐고 외치듯이 서럽게 울어서 엄마는 정말 당황하고


너무너무 미안해서 꽉 안아주었단다. 어제 하루만 참았으면 됐는데 엄마가 몰랐을 뿐 다온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답답함을 느껴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초보인


엄마라 정말 미안하구나. 왠만하면 울지도 않고 밤에 통잠도 알아서 잘 자주고, 울다가도 젖병만


물려주면 뚝 그치던 우리 착한 다온이가 얼마나 그 젖꼭지가 싫었으면 물지도 않고


울기만 했을까. 이 새벽에 다시 생각해보니 울컥하니 다시한번 미안한 마음이 차오른다.


그래서 젖꼭지를 전면교체했다. 어차피 바꾸는거 좋은걸로 바꾸자고 엄마아빠가 결정해서


하나당 5천원이 넘는 더블하트 신모유실감 젖꼭지로 바꿨단다.


좌 : 다온이에게 처참히 버림받은 스펙트라 젖꼭지

우 : 다온이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더블하트 신모유실감 젖꼭지


엄마가 물어보진 않았지만 세척하면서 손으로 만져봐도 말캉말캉한것이 기존것보다 촉감이 훨씬좋다.


그러니 입으로 오물오물하는 다온이도 더 좋다는걸 알았겠지. 게다가 쭉쭉 잘나오니 답답하지도 않고 말야.


그런데 다온아 그거 아니? 저 더블하트 젖꼭지는 신생아 용이란걸..ㅋㅋㅋ


개월수 맞춰서 처음에는 3개월용을 사서 시도 했는데 너무 콸콸 나와서 다온이가 사례도 들리고


분수토도 해서 맘카페에 조언도 구하고 엄마랑 아빠랑 고심한 끝에 일률적인 기준에 따르지 않고


다온이에게 맞추기로 결정해서 신생아용으로 바꿨다.


그런데 점점 크는 다온이. 빠는힘도 강해져서 얼마나 쓸지 모르겠다.


흠. 근데 좀 이해가 안가지? 스펙트라는 3개월까지 쓰는거였는데 다온이가 답답해하고


(물론 답답해 할때가 되었지만) 더블하트는 신생아용인데 만족하고 가끔 급하게 먹으면


사례도 들리니. 흠. 다온이도 고생이 많았겠지만 엄마랑 아빠도 사서 고생했다는 마음도 든다.


왜냐면 스펙트라로 먹을때는 다온이가 120기준으로 기본 15-20분이 걸렸는데


더블하트로 먹으니 5-10분이면 꿀꺽꿀꺽 다 먹는다. 그동안 수유할때마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팔뚝 진짜 아팠는데..ㅜㅜ이제 좀 편해질것 같다. 히히.


그리고 오늘은 다온이랑 엄마랑 신경전을 좀 했는데 왜냐면 .. 다온이는 손이 너무 빨고 싶고


엄마는 다온이 외할머니가 해주신 말이 마음에 걸려서 못빨도록 하루종일 지지지지 하면서


손이 입으로 가는걸 막았거든.


다온이는 처음에는 짜증내다가 나중에는 엄마 눈치를 보았다.


그러더니 엄마가 유축하느라 아기체육관에 올려놓으니 기회는 이때다 싶었는지


아주 열정적으로 엄지손가락을 찹찹 빨기시작하더니 진짜 십분도 넘게 쪽쪽 빨더니


만족했는지 그제서야 놀기 시작했다.


사실 손빨기에 관련해서도 손가락모양이 변한다고 외할머니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고


(외할머니 말씀이 맞다면 엄마는 정말로 최선을 다해 다온이가 손빠는걸 막고 싶다. 왜냐면 그렇게 엄마가


다온이 만할때 빨았다던 오른쪽 엄지손톱이 마치 발톱처럼 변했기 때문에..)


왼쪽 엄지와 오른쪽엄지. (다온이 키우느라 엄마 손톱이 아주 엉망진창이구나.)


손 빠는 것을 못하게 하면 나중에 소극적인 아이로 자란다는 사람도 있고 역시나 정답은 없는것 같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결정을 해야하는데 .. 아예 못빨게 할 수는 없으니까 일단 치발기를 쥐어줘 보기로


했다. 얼마전에 다온이가 쥐는것을 성공한 옥수수 치발기를 꾸준히 쥐어줘 보니 다온이가 드디어


치발기를 입에 넣고 빨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옥수수가 두껍고 무거운지 자꾸 놓치고


입에 넣어 빨기에는 두꺼운지 힘겨워하고 침이 장난아니게 나왔단다.


그리고 맛도 없는지 인상팍팍쓰고 ㅋㅋ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어.


그래도 기특한 우리 딸래미. 언제 이렇게 커서 치발기도 쥐고. 물고.

다온이. 그래서 아빠가 딸랑이 겸 치발기가 되는 딸랑이치발기를 주문했단다.


완전히 손을 못빨게 하진 못하겠지. 엄마는 유축하거나 집안일하면 꼼짝도 못하니까.


그리고 다온이가 컸다는 증거일 수도 있고, 너무 아가인데 벌써부터 하고싶은걸 못하는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말야.


그래서 천천히 다온이 흥미를 치발기로 돌려볼 생각이란다. 손빠는거 너무 귀여웠는데.


오늘 보니 일부 엄마들의 말처럼 다온이 엄지가 벌써부터 빨개졌더라. 이게 침독도 문제지만


손가락이 짓무를까뵈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다온이를 키우는게 정말 하나하나 다 어렵다는걸 다시한번 느낀다 엄마는.


그리고 이제 유축을 목표로한 백일이 열흘남았구나.


아빠는 카운트다운세라고 말해줬지만 엄마는 마음이 복잡하다.


마음같아서는 다온이가 거부만 안한다면 이유식 하기 전까지는 계속 하고 싶은데 요새 맘카페에 올라오는


글을 보니 혼합하다가 분유거부하는 아가들이 있다고 하니 덜컥 겁도 났단다.


우리 다온이는 기특하게도 아직까지는 둘다 잘 먹는데.


다온아, 분유를 선택해도 섭섭하겠고 모유를 선택하면 최대한 모유와 비슷한 분유 찾느라


힘들어서 진작 유축을 그만두지 못한것을 후회하겠지만 .. 계속 둘다 잘 먹어주면 안될까?


아마 지금 처럼 하루 다섯번씩 하지는 못해도 단유를 위해 차츰차츰 줄여나갈테니까


완전 마르기전까지는 최대한 주고 싶은데..


마음이 서글퍼진다 엄마는. 다온이가 정말 엄마 모유 잘먹는데..


조금 울리더라도 직수를 성공했어야 했는데..하긴 그랬으면 아빠 도움도 못받고 똑같이 힘들어서


결국 같은 고민을 했을까. 직수하면 밤중수유도 오롯이 엄마몫이고 어디를 나갈 수가 없다고 하더라.


완모한 엄마들이 나중에 아가가 커서 젖떼기도 힘들어서 본인들은 완모 했어도


혼합을 추천하는 이유가 분명 있겠지?


하지만 다온아, 아쉬운 마음은 어쩔수가 없어. 엄마 젖을 쭉쭉빠는걸 보면 그렇게 사랑스러울수가


없다고 하던데..그래서 문득 엄마도 다온이도 직수를 통한 교감을 못하고 이 시기가 지나는 것 같아


아쉽고 슬프고 미안한 마음이야.


다온이 동생낳으면 강하게 밀어붙여서 직수를 무조건 성공하고 싶어.


성공한다면 다온이한테 더 미안하겠지?


아효. 역시 새벽유축하면 마음이 머리가 너무 복잡해지는 것 같다.


이만 줄여야겠다. 사랑하는 다온아. 이것저것 다 부족해도 엄마는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단다.


하루 5번 5시간씩 정말 모유를 쥐어짜면서 말이지..


유축시간은 3-40분이 좋다는데 엄마는 젖양은 충분한데 유선이 제대로 안뚫렸는지


네시간에 한번씩 한시간을 해야 120-30이 나온다. 그나마도 120이 나오면 분유로 20정도


보충해줘야 다온이는 만족한다. 이제 먹는양이 점점 늘어나니 보충하는 횟수도 늘어나겠지.


엄마는 노력하고 있어. 정말 최선을 다하면서.


그만큼 다온이를 사랑해..사랑한다 딸램.


다시한번 말하지만..너는 존재만으로도 엄마 아빠에게 축복이란다.

두 다리 번쩍. 트위스트도 춥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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