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예쁜 아이를 보고 있는데, 왜 우울증이 걸리며 뭐가 그렇게 힘드냐?!"
"엄마라서 행복하지 않아?"
엄마라면, 엄마라서, 엄마이기에, 행복하다는 말에 생략된 말이 있다.
"엄마라서 행복하지 않아?"라고 물으신다면 맞다.
행복하다.
아이로 인해 정말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다. 엄마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신세계, 그 문을 열어 준 아이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감사한 건 감사한 거고, 행복한 건 행복한 거고, 그와 더불어 힘들다.
아이는 내가 저~ 밑바닥까지 내려가 보도록, 그래서 나의 민낯과 만날 수 있게 인도해준다.
부부관계의 여러 갈등 상황을 짧은 시간에 밀도 있게 경험해볼 수 있도록 여러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하는 데도 한몫 단단히 거들어준다.
즉, 아가씨나 신혼일 때는 결코 알 수 없었던 나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치를 몸소 체험하게 해 준다. 아이 덕분에 웃을 일도 많지만, 아이 때문에 힘들어 우울한 순간도 많이 생긴다.
나는 아이가 신생아 때 예민한 등 센서로 늘 아이를 안아 재워야 해서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러다 50일 무렵, 수면교육을 하기로 독하게 마음먹고 아이를 눕혀 재우겠다며 한참을 울린 적이 있다. 나는 이때를 떠올리며 다시 그 순간으로 되돌아간다면, 이전과 다르게 더 잘 해낼 자신이 있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대답은 'No'다.
그때 그 체력에, 주말부부로 혼자서 아이를 돌보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또 그렇게 한 번은 '이제부터는 누워서 자는 거야~' 하면서 아기를 한참 동안 울렸을 것이다. 백일 간 아이를 혼자서 안아 재워야 했던 그 순간순간이 너무 힘들고 지치고 외로웠다. 갑자기 한 밤 중에 깨서는 온 힘을 다해 한참을 울어댈 때는 무섭기도 했다.
이렇게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며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을 총평해보자면 '감사하고 행복하다'이지만, 그 순간순간을 지나올 그 당시에는 '참 많이 힘들었다.'
아주 많이 힘들 때도 있었고, 조금 힘들 때도 있었고, 그러다 더 많이 힘들 때도 생기고, 그러다 또 할 만할 때도 만나고, 그런 순간순간들이 쌓여 그 순간들을 모두 총평하여 보니, '감사하고 행복하다'인 것이다.
"엄마라면 엄마라서 엄마이기에 행복하다는 말에 생략된 것"은 바로 그 순간순간에 겪게 되는 '힘듦'이다. 아이가 울고 떼쓰고 징징 거렸던 순간도, 그 순간을 지나 사진으로 돌이켜 보면 웃음이 나는 추억으로 탈바꿈되기 마련이다.
임신 전의 건강한 체력으로 회복되기도 전에, 밤잠이든 낮잠이든 잠도 잘 못 자고, 밥도 제때 못 챙겨 먹으며, 나에게 온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의지하고 있는 아기를 돌보는 일은 매우 버겁고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그러니 우리의 모성애를 의심하지 말자. 힘든 게 당연하다.
엄마라면 이 모든 힘듦이, 힘들지 않아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니냐고, 아이가 웃어주면 이 모든 힘듦이 싹 사라져야 하는 게 아니냐며 자신의 모성애를 의심하며 죄책감을 가지진 마라.
힘든 게 당연하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우선 챙기자!
첫째, 체력 회복에 올인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임신과 출산으로 약해진 체력을 빨리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잘 먹고 잘 자야 하는데, 사실 이 두 가지를 하는 게 제일 힘들다. 그러니 남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남편이든 친정이든 시댁이든 어디든 도움받을 데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받아야 한다. 또한 적극적으로 구체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라.
체력이 회복되면 아이를 돌보는 게 좀 더 수월해진다. 도움받을 가족이 없다면 이때 돈 좀 써도 된다. 멀리 봤을 때, 그게 남는 거다. 미련하게 내가 다 하려고 하지 말자. 내 몸 망가지고, 마음속에 화가 쌓이거나 우울해지는 거 한순간이다.
둘째, 세상이 정한 좋은 엄마의 틀에 매이지 마라.
세상이 정한 좋은 엄마의 틀에 나를 비교하며 '나는 나쁜 엄마가 아닐까?' 전전긍긍하며 죄책감 느끼지 말자.
'아이를 위해 올인할 수 있는 게,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게 모성애의 힘이 아닐까?' 하며 나의 모성애를 의심하지 말자.
아이를 키우는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에게 지우던 옛날 옛적 그 시절에 만들어진 엄마에 대한 틀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다. 모든 것을 참고 인내해야 하는 게 좋은 엄마는 아니다. 그러니 그것을 강요하는 틀에 스스로를 옭아매지 마라.
체력만 회복돼도, 주변 가족의 도움만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어도, 아이의 요구에 반응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나 혼자서 전적으로 양육자의 역할을 다 해낼 수는 없다. 남편과 의논하고 분담하며 함께 하라.
* 제가 신생아와 힘겹게 지나온 그 시간을, 다른 누군가는 더 행복한 순간순간으로 채워나가는데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아이마음도 알아주고, 나만의 감정조절 처방전을 확보하는 방법,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한빛라이프, 박윤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