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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Oct 04. 2020

자존감 끌어올리기 10년 차의
찐 고백

내가 나라서 싫었던 적 있으세요?


혹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거꾸로 걸어 올라가 본 적이 있나요?

내려가는 속도에 뒤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뛰어 올라가야 하고, 잠깐 한눈을 팔다 보면 금방 저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십상이지요.

제게 지난 10년 동안의 자존감 끌어올리기의 여정이 딱 그랬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제 자존감은 자주 곤두박질치곤 했습니다. 내려가는 속도만큼 열심히 뛰어 올라가야만 (끌어올리기를 해줘야) 그나마 현상유지를 할 수 있었거든요. 머뭇거리다가는 이내 저만큼 내려가 버리기 일쑤였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기도 했어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줄줄 새 버리는 밑 빠진 독, 전래동화 콩쥐팥쥐 이야기에서는 두꺼비가 나타나 구멍을 막아줬다지만, 저는 오로지 제 힘으로 그 독을 채우고 있었기에 버겁고 외롭고 또 그래서 서러웠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타고 올라가고 있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내가 가진 독이 구멍 나지 않은 말짱한 독인 것처럼 보이려고 (자존감이 낮아진 걸 들키지 않으려고) 어찌나 애를 썼던지, 지난날의 저를 생각하면 저조차도 제가 짠하게 느껴지네요!



한때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자존감이 지목되거나 모든 문제의 배경으로 자존감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저는 늘 마음 한 곳이 먹먹해지곤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나는 왜 아직도 제자리인 걸까’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면, 참을 수 없는 울음이 터지곤 했습니다. 아직 내 문제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에 서러웠고, 부단히 해왔던 지금까지의 노력이 효과가 없다는 것에 분하고 억울해서 마음이 쓰렸었지요. 

눈물이 그치지 않아,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울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어린아이가 울듯 엉엉 소리 내어 운 적도 있답니다.


시간이 더 지나고, 이제는 알게 됐습니다. 제자리걸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걸요. 제자리인 거 같지만 그 자리가 그 자리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존감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부단한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거꾸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지 않고 열심히 뛰어 올라가야 했던 날들을 지나서, 이제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편안해졌고, 조금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리고 내 삶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보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더 크게 내 안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물론 불안과 두려움은 제 안에 여전히 존재합니다. 넘어질까 봐 여전히 두렵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나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내 옆에 손 내밀어 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좀 덜 외롭고 좀 더 단단해진 저를 바라보게 됩니다.



저는 자존감이 낮아 고민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나라서 싫었던 날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제는 과거형으로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고 참 기쁩니다. 저는 지난 10여 년간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중에는 도움이 되었던 것도 있고,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도 많았습니다. 아마 저마다 잘 맞는 운동이 있듯이 자존감 수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자신에게 더 잘 적용되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자존감이 바닥을 치거나 바닥을 뚫고 지하로 들어갈 때를 만나게 됩니다. 조증 환자가 아니고서야 늘 기분 좋고 자신만만한 상황 속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떨어진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저를 다독이며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법들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럼 저의 짠 내 나는 자존감 끌어올리기 10년간의 여정에 함께 해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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