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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발음하기 애매한..

홀리몰리 인도델리

by 초부정수

인도인들의 이름은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 특히 한국에서 출장을 온 사람들은 상대의 이름을 잘 부르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런 이름들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되면 대략 난감하다. 그리고 그들이 한국을 방문할 일이 생겼다.


"한국에 가면 혹시 거리에서 사람들이 종종 네 이름을 부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네가 너무 유명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셔.."


"무슨 소리인지? 날 아는 사람이 있을 턱이 없는데."


"그러니까, 그냥 어디 갈 때는 나랑 같이 다니면 문제없을 거야. 그리고 네 보스도 같이 오니 너를 먼저 찾지는 않을지도 모르지. 하여간 이상하다 생각할 필요는 없어."


인도인들은 비즈니스를 할 때 상대의 성보다는 아름을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국인들에게는 Mr. Kim과 같이 성을 부르지만 인도인들은 그렇지 않아 조금 어색하긴 한데, 간혹 자신의 이름보다는 성으로 불리기는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의 한 명이 Dr. Sibal이다. 우리말로 하면 <씨발 박사>가 되니 애매하지 않을 수 없다. 발음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 발음과 정확히 같아서 부르기는 쉬우나 쉽지 않은 이름이다. 그런데, 그와 함께하는 친구는 성대신 이름을 불러달라는 것이다. Mr. Gangan이다, 우리말로 하면 <강간 씨>이니 이 또한 애매한 일이다.


한 번은 지나가는 말로 너희 두 사람은 아무래도 환상의 조합인 것 같으니 앞으로도 오랫동안 서로 도와가면 일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들은 그저 좋은 뜻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닥터는 굉장히 머리가 좋은 사람으로 미국의 공학박사였고, 지금은 길거리의 들개들을 돕는 일을 한다,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인지 인도에서는 황달과 같은 풍토병에 걸리기도 했다. 황달이라는 영어 단어도 사실 좀 애매하다. <Jaundice : 황달>이라 쓰고 <조온디스>라고 읽는다, 악센트는 앞이다. 그래서인지 <존디스>보다는 <조온디스>에 가깝게 들린다. 그의 비서에게 연락이 왔을 때 Dr, Sibal이 Jaundice에 걸려 입원 중이라고 했다. 한 참 일을 해야 하는 시기에 갑자기 한 달 동안의 공백이 생겨버렸다.


"Oh, Sibal, Get Well Soon!"


닥터는 지금 인도를 떠나 다시 미국에 가 있는 것 같다. 나와 같은 세대로 Sting과 Eagles, Bon Jovi, Dire Straits와 같은 록 밴드의 노래를 좋아하여 인도 노래를 잘 모르던 때 오히려 애매한 이름을 가진 그와의 공감대가 더 많았다.


Mr. Gangan은 애석하게도 그 후 몇 년 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황달과 같은 병은 한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병이다. 위생적인 환경에서는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인과 같이 전반적으로 위생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환경에서 살면서 각종 간염 등의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면역 항체가 생기지 않아 인도와 같은 나라에서 오래 지내면 병에 걸리기 쉽다. 특히 1970년대 중 후반 태생의 한국인들은 비교적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을 한 때문인지 백신 접종을 완전히 하지 않아 항체가 생기지 않았어도 한국에서는 병에 걸릴 확률이 적어 그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반면에 그런 사람들이 인도에 오면 닥터와 같이 황달에 걸리기 쉽다. 주로 B형 간염에 걸리는데, 그 이전 세대의 사람들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신도 모르게 간염에 걸렸다가 나은 적도 있어 대부분 항체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세대에 따라 걸리는 병이 인도에서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그렇다고 추측할 뿐이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람 역시 자연 또는 우주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속한 자연환경에 따라 적응하고 대항하며 살아온 시간이 쌓여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달라진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래서 차별을 한다. 인종차별, 성차별, 문화차별, 외모차별, 학벌차별, 재산차별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차별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알파고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정보처리 능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똑같다. 머리가 아무리 커도 초인이 아닌 자연인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한국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머리 사이즈를 키워서 알파고를 이기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다.


머리가 크다는 말의 뜻을 인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 한국인만 이해하는 개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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