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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홀리몰리 인도델리

by 초부정수

인도 대통령인 압둘 칼람(Abdul Kalam)을 예방한 자리에서 질문을 했다.


“대통령님, 인도를 이끄시는 리더십의 철학은 무엇인지요?”


인도의 전 대통령인 압둘 칼람은 탄도 미사일과 발사체 기술 개발에 대한 업적으로 <인도의 미사일맨>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민의 대통령>이라는 별명과 같이 평생 청렴을 목숨처럼 지켜온 특별한 정치인이었다.


“글쎄요. 특별한 것은 없고 그저 주변에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두는 것이지요.”


“그들이 똑똑한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그거야 간단하지요, 올바른 질문을 하면 됩니다. 당장 보여드릴까요?”


칼람 대통령은 만모한 싱 (Manmohan Singh)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총리님, 제가 문제를 하나 낼 테니 맞춰보세요.”


“네, 대통령님. 말씀하세요.”


“당신의 아버지는 자녀가 있어요. 그리고 당신의 어머니도 자녀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자녀는 당신의 형도 아니고 당신의 누이도 아닙니다. 그럼 그 자녀는 누구인가요?”


“그건 바로 접니다.” 싱 총리의 대답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정확합니다. 고마워요 총리님. 나중에 뵙지요.” 칼람 대통령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부시 대통령을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한다.


“정말 그렇군요. 저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워싱턴으로 돌아간 부시 대통령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장관님, 내가 문제를 하나 낼 테니 맞춰보세요.”


“네, 대통령님, 무슨 일이신가요?”


“당신의 아버지는 자녀가 있어요. 그리고 당신의 어머니도 자녀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자녀는 당신의 형도 아니고 당신의 누이도 아닙니다. 그럼 그 자녀는 누구인가요?”


콘돌리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대신 질문을 했다.

“대통령님, 제가 이 문제를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따로 보고를 드려도 될까요?”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콘돌리자는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와 국방성의 고위급 직원을 모두 불러 집중적인 토론을 통해 답을 찾고자 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자신의 선임이었던 콜린 파월에게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미스터 파월, 당신의 아버지는 자녀가 있어요. 그리고 당신의 어머니도 자녀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자녀는 당신의 형도 아니고 당신의 누이도 아닙니다. 그럼 그 자녀는 누구인가요?”


“그건 바로 접니다.”


답을 알아냈다는 안도감에 콘돌리자는 단숨에 백악관으로 달려가 대통령 집무실 문을 열면서 소리쳤다.

“답을 알아냈습니다. 알아냈다구요!! 그 사람은 바로 콜린 파월이에요?”


부시 대통령을 그런 그녀를 경멸하듯 쳐다보며 말했다.


“틀렸어요, 그는 만모한 싱이란 말입니다..,.”



지난 2005년 7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인도의 뉴델리를 방문하여 당시 인도 총리였던 만모한 싱과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인도 민간 원자력 협정>에 서명했다. 이 성명에서 인도는 자국의 민간 및 군사 핵 시설을 분리하고 모든 민간 핵 시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하에 두기로 동의했고, 그 대가로 미국은 인도와의 전면적인 민간 핵 협력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이 협정은 미국-인도 관계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으로 여겨지며, 국제 비확산 체제에 새로운 측면을 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인도인들 사이에서 한 창 유행하던 농담이다. 지금과 달리 당시의 인도는 미국과의 관계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고, 그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미국을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 그런 분위기는 아직도 남아있어서 인도인들과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 꼭 한 번씩 듣게 되는 스토리들이다.


가끔 인도가 심심하면 인공위성을 자신의 로켓을 이용해 쏘아 올리고, 달과 화성에도 우주선을 보내며,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라는 것을 잊게 된다. 눈에 보이는 도시의 모습과 눈에 보이지 않는 인도의 모습은 참 많이 다르다.


UN 인구 보고서에 의하면 2050년 경에는 전 세계 인구의 1/3이 인도인이거나 인도계 사람이 될 것이라 한다. 이 말은 우리가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 세 명 중에 한 명이 인도 사람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과연 우리 다음 세대들이 실제로 부딪칠 일이라면 솔직히 갑갑한 느낌이 든다. 인도는 소위 지역 전문가라는 것이 존재하기 어려운 나라이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이 세상의 1/3이 된다는데 이해허기 어려운 그 사람들과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한국인이 한국어를 더 잘 말하고 읽고 쓸 수 있어야 하지요. 그래야 생각이 명확할 수 있고, 누구를 만나도 자신의 생각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답을 해야 할까 보다. 어린아이들에게는 국어교육을 영어교육보다 더 먼저 시키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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