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커피와 삼겹살

청계천 로망스

by 초부정수

"시원한 냉면을 먹었으니 따듯한 아메리카노 한 잔 할까?"

데이비드는 커피를 꽤 좋아하는 모양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주 질색한다던데,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가 뭐 어때서? 단어 자체도 이탈리아어 같고 어쩌면 영화 대부에 나오는 돈 꼴리오네 집안 같은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미국에 이민 와서 만든 커피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리고 난 새까맣고 조금 주는 그 커피는 못 마시겠더라."


필립은 냉면 집 앞에 있는 카페로 데이비드를 데려갔다. LP 레코드 판으로 벽 한쪽이 꽉 차있는 조금 특별해 보이는 카페에는 손님들이 꽤 많고 음악 소리는 다소 큰 것 같다.


"너 강남스타일 노래 알지?" 데이비드가 갑자기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해 아는지 물었다.


"모르는 사람을 찾을 수 있겠냐? 더구나 한국에서?"


"나도 깜짝 놀랐다, 옛날에 그 노래가 미국 길거리에서 나오는데 처음에는 한국 노래일 줄은 생각도 못하다가 한국어가 나와서 조금 신기했어. 미국 길거리에서 한국 노래를 듣게 될 줄은 몰랐거든."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 이 말 좋지 않냐?" 데이비드가 노랫말을 흥얼거리다 물었다. 사실은 물어본 것이 아니라 그저 그렇다는 뜻일 것이다.


"너 성당이나 교회 가니?"

데이비드의 물음에 대한 대답대신 필립이 물었다.


"뜬금없이 성당은 갑자기 왜?"


"절이나 모스크_mosque에도 안 가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난 고등학생 때나 지금이나 그냥 무교야. 주말에는 그저 맥주 마시고 야구나 농구 보면서 뒹굴거리는 게 취미다."


"맥주는 잘 모르겠다만, 네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 건 두 종교의 영향도 있다는 말이지."


"두 종교라면, 기독교와 이슬람?"


"그렇지. 그 두 종교가 너에게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허락한 거란 말이다."


데이비드는 필립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들어나 보자, 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책에서 본 내용인데, 흥미롭더라고. 원래 커피는 이슬람교의 수도사들이 즐겨 마시던 무슬림의 음료였다는 거야, 새벽 시간까지 잠을 미루고 코란을 암송하던 이슬람교 수도사들이 잠을 쫓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많이 마셨다고 하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기독교와는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거지?"


"무슬림의 음료인 커피는 기독교 세계에서는 허락이 되지 않았어. 게다가 커피의 검은 색도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았던 것이야. 때문에 16세기말 까지도 기독교가 지배하던 지역에서 커피는 이슬람을 위한 무슬림의 음료인 동시에 사탄의 음료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고 해."


"네 말대로라면 내가 무슬림도 아닌데 커피를 마시는 건 좀 이상한 일이네."


"No, No! 기독교 세계에서 천대를 받던 커피에게 어느 순간 기독교의 논리가 적용되었지.그리고 화려하게 기독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어. 커피가 로마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어떤 신부 몇 명이 교황에게 무슬림들이 마시는 사탄의 음료를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했는데, 당시의 교황인 클레멘트 8세 (The Pope Clement VIII 1535-1605)는 사탄의 음료가 궁금했던 모양이야."


"궁금할 수 있지. 그래서?"


"교황이 커피의 맛을 한 번 보기로 하고 처음 입술을 대 보고는 그만 자신도 모르게 한 잔을 다 마실 뻔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는 거야. '어째서 사탄의 음료가 이토록 맛이 좋을 수 있는가? 이교도들만 독점적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니 커피에 세례를 내려 사탄을 응징함으로써 진정한 기독교인의 음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전해오는 이런 이야기가 진실인지 증명할 수는 없지만, 교황이 세례를 내려서 여호와의 마음이 가득담긴 기독교인의 음료가 되었고, 덕분에 무슬림들이 독점적으로 마시던 커피가 어렵사리 서유럽에 도입되었다는 것은 사실이지 않을까 싶어. 당시에는 교황의 권력이 왕보다 더 컸으니 말이다."


"솔직히 말해봐라. 네가 그냥 지어낸 말이지?"


"내가 작가냐? 뭐 하려고 이야기를 지어낸다니? 윌리엄 우커스 William Ukers(1873~1945)라고 하는 작가가 커피와 차의 역사와 무역에 관한 무려 60여 권의 책을 썼는데, 그중에 <올 어바웃 커피 (All About Coffee, 1922)>라는 책은 커피에 대한 거의 모든 역사를 설명하고 있어. 언제 누가 어디서 커피를 어디로 들여왔고, 그 어원은 무엇이며, 커피의 기능과 마시는 방법 및 매너는 물론 어느 도시에서는 누가 어떤 커피숍을 개설했는지 등에 대해서 꽤 자세한 기록을 남겨 놓았더라고. 그 내용 중에 교황의 세례를 받은 커피 (Coffee Baptized by the Pope)라는 단원이 있는데, 그것이 내가 이야기한 것이지. 커피가 어떻게 서유럽에 도입되었는지에 대한 것을 기록해 놓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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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스토리가 있었구먼. 그렇다면 이슬람 국가에서도 돼지에게 세례를 좀 하면 안 되나? 무슬림들하고는 삼겹살을 먹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미국에도 무슬림들이 꽤 있다고."


"나도 중동 출장 다닐 때 그런 생각한 적이 있지. 그런데, 이슬람은 세례식이라는 것이 별도로 없어서 가능하지 않을 것 같네. 무슬림들이 돼지고기를 안 먹는 나름대로의 이유와 과학적 근거가 코란에는 적혀있는데, 사실 식재료나 음식은 아무런 잘못이 없지. 그저 사람들이 종교와 문화, 그리고 관습에 따라 아무 잘못이 없는 그들을 천대하거나 배척하는 건 아닌가 싶다. 하여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릴 만큼 부렸으니 또 나가 볼까?"


"그러지, 그런데 저녁은 뭘 먹을까?" 데이비드는 벌써 저녁 시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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