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14화. 교포 아주머니가..

홀리홀리 인도델리

by 초부정수

두 번째 질문을 했다.


"왜? 생활이 많이 어려우세요?"


델리의 성당에서 처음 본 아주머니가 미사가 끝난 후 나에게 한 첫 번째 질문은 일요일인데 골프 치러 가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간혹 식구를 따라 성당에 가기도 한다. 그날도 그저 그런 날 중의 하루였고, 당연히 성당에 모여 미사를 올리는 신자들과도 안면이 거의 없다.


"네, 저는 골프 안 칩니다."

그러나 이렇듯 간단한 대답은 본래의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에 골프장에 가지 않았다는 대답은 일반적으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골프를 치지 않으면 가난한 사람이라는 등식은 인과가 없어 성립될 수 없는 질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없었다.


"생활이 어려우세요?"라는 질문은 어쩌면 인도에 오래 사신 분의 지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주 나중에 들었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말이다..




힌두교는 3억 3천만 명의 수많은 신을 보유한 꽤 복잡한 종교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신을 가진 일신교이다. 힌두교에 의하면 세상은 창조되는 것이며, 창조된 세상은 일정 시간 동안 유지되어야 하지만, 또다시 창조가 되기 위해서는 파괴되어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유일신이 그 모습을 바꿔가며 창조의 신(Creator)인 브라마_Bhrama, 유지의 신(Preserver)인 비슈누_Vishnu, 파괴의 신(Destroyer)인 쉬바_Shiva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윤회 사상을 기본으로 한다.


이것은 사람들이 부처의 가르침으로 인해 도와 덕을 깨우쳤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을 잊고 혼란한 세상을 만들기 때문에 미륵불이 나타나 다시 세상을 편하게 한다는 불교 사상과도 일맥상통한다.


힌두교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는 인도인들은 각자의 생각대로 신을 맞이하는데, 다른 종교와 달리 성경이나 코란, 불경, 토라와 같은 경전이 없으며 지정된 장소에서 정해진 의식에 따라 예식을 진행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나의 신을 두고 이렇게 서로 다른 이해를 하는 것은 마치 바벨탑의 전설과 같아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이런 문제를 예상한 것인지 힌두교에서는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것을 신화를 통해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인도인의 입장에서 이방인들에게 그나마 잘 알려진 힌두교의 신은 커다란 코끼리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지고 앉아있는 형상을 한 가네쉬_Ganesh, 또는 가네샤_Ganesha일 것 같다. 그 유명한 가네쉬신은 지혜와 부의 신이다.


가네쉬는 이렇게 탄생했다.


"내가 목욕을 마칠 때까지 집에 아무도 들이지 말거라."

어머니는 두 아들에게 자신이 목욕을 할 동안 집을 잘 보라는 당부를 하고 목욕을 시작했다.


"집에 들어가시면 안 돼요 아버지!"

두 아들은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가 집에 들어가려고 하자 대문을 막아서며 외쳤다.


"이 녀석들이 정신이 나간 거야? 잔말 말고 어서 비켜서거라!"

아버지는 두 아들에게 호통을 치며 집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때 두 아들은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칼로 집에 들어가려는 아버지의 목을 베어 버렸다.


"아니 얘들아, 아버지의 목이 왜 이렇게 잘린 것이냐?"

목욕을 마친 어머니는 목이 잘려 숨을 거둔 아버지의 시신을 보며 소리쳤다.


"어머니가 아무도 집에 들이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막무가내로 우리를 밀치고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단 말이에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목을 베어야만 했지요."


어머니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눈물이 그렁한 어머니의 눈에 집 앞을 지나가는 코끼리 한 마리가 들어왔다.


"얘들아, 저기 지나가는 코끼리의 머리를 베어 아버지께 붙여드려라."


두 아들이 어머니의 말을 듣고 코끼리의 목을 베어 아버지의 목에 붙여주자, 아버지가 되살아났다.


이것이 인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가네쉬 탄생 설화인데, 선생님은 이 대목에서 아이들에게 묻는다.


"학생 여러분,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사실 답은 가네쉬 신의 모습에 그대로 들어있다.


첫째, 누군가 이야기를 하면 코끼리와 같이 커다란 귀를 가지고 잘 들어야 한다.

둘째, 다른 사람의 말을 들었으면 코끼리의 커다란 머리를 가지고 잘 생각해야 한다.

셋째, 그래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코끼리의 코와 같이 유연하게 행동해야 한다.


생활이 어려워 골프장에 가지 않았는지 묻는 사람에게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에 골프장에 가지 않았다는 대답을 한 것이 잘못이었다.


질문을 한 사람은 나름대로 일요일에 골프장에 가지 않고 신자도 아닌 자가 성당에 온 것은 분명히 피치 못할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큰 머리로 잘 생각한 판단이었다.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에 골프장에 가지 않았다는 나의 말을 그의 큰 귀로 잘 듣고 큰 머리로 판단하건대 분명히 생활이 어렵기 때문임이 분명해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상대를 배려하는 말을 한 것이다.


"왜? 생활이 많이 어려우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