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몰리 인도델리
델리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텁텁하고 두터운 공기를 뚫고 자마마스지드의 돔 지붕과 사방의 첨탑에 부딪혀 깨지며 귀에 꽂혔다. 델리의 자마마스지드_Jama Masjid라는 이슬람 사원은 타지마할을 만든 무굴 제국의 왕 샤자 한 (Shah Jahan)에 의해 1650년~1657년 사이에 지어졌다,
사원 앞에는 찬드니쵹_Chandni Chowk이라고 하는 복잡하고 거대한 재래시장이 있어서 늘 수많은 사람들의 왕래로 복잡하고 시끄럽다. 이런 환경에서 공 부장의 비명과 같은 놀란 소리는 특별한 일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갔다. 참고로, 공 부장은 본사에서 출장을 왔는데, 일요일 밤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어서 오전에 시간을 내어 올드델리를 구경하던 참이다.
"아니 무슨 일이에요?" 뛰어 들어가면서 외쳤다.
그리고 그 순간 전혀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사람이 뒤돌아 쭈그려 앉아 있는 형태의 허연 물체였다. 공 부장의 맨 엉덩이다...
공 부장은 사원에서 관리하는 화장실에 작은 볼 일이 있어 다니러 갔다. 그 후 그의 짧은 비명 소리가 들렸고 지금은 허연 엉덩이를 화장실 문 쪽으로 드러내고 주저앉아 있다. 사원 정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화장실이 있는데, 그 화장실의 구조는 '국민학교'시절의 재래식 화장실로 남자용 화장실에는 소변기가 없다. 비로소 모든 상황이 이해되어 안심은 되었으나, 눈앞에 펼쳐진 어지간해서는 보기 어려운 광경에 웃음을 참을 길이 없다.
"아니 뭐 하는 짓이에요 대낮에!"
"낸들 이러고 싶겠냐고요... 볼일을 보는 데 어느 놈이 갑자기 들이닥쳐 다짜고짜 어깨를 짓눌려 주저앉히면서 서서 볼일을 보면 안 된다고 하잖아. 그래서 앉기는 했는데 바지를 어떻게 헤야 작은 볼일을 볼 수 있는지 감도 안 오고, 시작한 볼일은 급하니 그냥 바지와 속옷을 발목까지 다 내려 버린 거지..."
이건 내 실수다. 볼일 보러 가지 전에 일러주었어야 한다. 이곳에서 남자는 작은 볼 일을 볼 때 반드시 앉아 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인도인들이 앉아 쏴를 하는 이유는 위생 때문이다. 처음에는 감히 사원에서 서서 쏴를 하면 안 되는 것인지 궁금했었다. 그러나 서서 쏴를 할 경우 많이 튀어 청소도 어렵고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럴 때 보면 또 인도의 위생관념이 이 정도로 높은가 싶은데, 그저 관습인 듯싶다.
"아니, 바지의 앞부분만 내리면 되지 왜 엉덩이를 다 깐 거예요? 컴컴한 굴 같은 화장실에 들어오다 보니 허연 엉덩이만 보여 놀랐잖아요.."
"이 사람이 정말.. 말을 해 주었어야지. 당최 난감하네.. 그리고 바지의 앞부분만 내리고 어떻게 볼 일을 볼 수 있는 건지 감도 안 오고..."
"원래 처음에는 다 그런 거요. 좀 흘리고 적시고 그러면서 배우는 거지 뭐.."
어쩔 수없이 실시간으로 화장실 사용법을 알려 주고 다음 장소로 이동할 준비를 하다 보니 몇몇 남자들이 화장실 밖에서 우리를 쳐다보며 킬킬거리고 웃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은 신식 화장실로 리노베이션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공 부장의 허연 영덩이를 마주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인도 시내를 걷다 보면 멀쩡하게 넥타이까지 맨 신사(?)들도 길에서 자연스럽게 소변을 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그랬었고, 담벼락에 "소변 금지"라는 문구와 함께 가위를 그려 놓기도 했었다.
인도에도 이와 비슷한 것들이 그려져 있는데, 어쩌면 대단히 철학적이기도 하다. 인도 거리의 벽에는 힌두교 신들의 모습을 그려 놓았다. 감히 신을 향해 소변을 보지는 못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가위를 그려 넣는 것보다는 우아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신들도 인간의 생리 현상을 통제할 수는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