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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by 장순혁

무언가로 인해
할퀴어진 것 같은
당신의 눈두덩이

네 줄의 바알간 피
흐르지는 않을
자잘한 피 알갱이들

생화는 죽어
그러니 조화를 줘

사람은 죽어
그러니 인형을 줘

가면을 쓸 수 있는 것은
사람의 특권이 아니야

장미 덤불이 피어난
아름다운 집의 담장은
장미를 뽐내기 위한 것이 아니야

눈을 감아
귀를 막아
머지않아 그대의 자리조차
인형들이 차지해버릴 거야

검은 망토를 두르고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면
끝일 것 같니

하얀 드레스가
촉촉한 피로 범벅이 되면
신부는 영혼을 잃고 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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