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순혁 Dec 07. 2024

시인

에세이

연필이 부러집니다

시를 쓰던 시인의 손은

갈피를 잡지 못하다

부러진 연필을 집어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수북하게 쌓인 부러진 연필들,

그 밑을 받치는

수없이 많이 찢긴 종이들,

시인은 참으로 많은 시들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새로운 종이를 책상 위에 올리고

새로운 연필을 시인은 집어 듭니다

새로운 시들을 적습니다

시인의 머릿속은 오직

시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시를 끝마치면 또다시 

다른 시들을 적겠지요

시인의 삶 또한 오직

시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잠에서 깨어 시를 쓰고, 

시를 쓰고 잠에 듭니다

만일 이 세상에 모든 시가 사라진다면

시인은 사라지려나요

아니면 시가 없어진 세상의

유일한 시인이 되려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