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연필이 부러집니다
시를 쓰던 시인의 손은
갈피를 잡지 못하다
부러진 연필을 집어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수북하게 쌓인 부러진 연필들,
그 밑을 받치는
수없이 많이 찢긴 종이들,
시인은 참으로 많은 시들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새로운 종이를 책상 위에 올리고
새로운 연필을 시인은 집어 듭니다
새로운 시들을 적습니다
시인의 머릿속은 오직
시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시를 끝마치면 또다시
다른 시들을 적겠지요
시인의 삶 또한 오직
시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잠에서 깨어 시를 쓰고,
시를 쓰고 잠에 듭니다
만일 이 세상에 모든 시가 사라진다면
시인은 사라지려나요
아니면 시가 없어진 세상의
유일한 시인이 되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