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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혁 Nov 27. 2024

편지

에세이

일주일 전을 담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당신과 나의 거리만큼의 시간인 일주일 전을 

칭칭 동여맨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곳은 이제 여름 햇살이 들어서는데

봄 향기를 가득 품은 편지

편지지는 연분홍빛 꽃잎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별의 빛도 몇만 년을 헤매이다 

지구에 도달한다는데

당신과 나의 거리가 일주일밖에 안 되는 것에

나는 하늘 위 누군가에게 감사드렸습니다


당신의 어여쁜 손글씨로 적힌 글자들은

온통 그리움과 사랑, 외로움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그 문장들을 보며 

저 또한 같은 마음에 사로잡혔습니다


언젠가는 서로 얼굴을 보며

문장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언젠가는 서로의 손을 잡고

그때, 그날의 감정들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겠지요


언제나 마음 한 켠에 서로의 빈자리를 두는 우리

언제나 서로를 볼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우리


여름의 햇살도, 가을의 바람도, 겨울의 눈도

방해할 수 없는 봄 속에 자리 잡은 우리


보고 싶었다, 그리워했었다

이런 말로는 표현할 수 없기에

그저 사랑한다 한 마디 전하겠지요


서로의 모습을 눈에 담고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참 잘 버텼다 우리, 말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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