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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혁 Nov 28. 2024

에세이

그는 남들과 다르다.
그의 웃음은 그가 자기 사람들로 포섭한
(그들은 포섭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이들의 웃음을 따라 짓는 것에 불과하다.
그는 웃음을 모른다.
그래서 웃음을 짓기 위해 웃는 이들의 얼굴을 잘라
그의 침실 위 천장과 그의 작업실 책상 앞에 붙여놓았다.
손가락으로 강제로 입꼬리를 올리고,
송곳들로 억지로 눈꼬리를 내리고.
다른 이들이 더는 웃지 못해도 그는 웃을 것이다.
이미 웃음을 배웠기 때문이다.
다른 감정들도 마찬가지다.
감정에 대한 순수하고도 원초적인 접근.
마치 초등학생들이 학교에 입학해  
첫 만남이라는 생소한 감정을 맞닥뜨리고 곧이어 익숙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에게 부모는 없다.
물론 생물학적으로 그를 낳은 여자와 남자는 있지만
출산이라는 것이 여자와 남자의 존재를 반반씩 섞어 피조물을 만드는 것이라면,
그는 여자와 남자, 그 누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누구와도 다르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같은 이를 그는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피가 흐른다고 모두가 동물은 아니다.
가령 식물의 줄기를 꺾어도 체액은 흐르지 않는가?
닭장에 들어간 여우의 심정을 아는가?
주린 배에서는 소리가 나고 코로 맡은 냄새에 뇌는 흥분한다.
참지 못해 닭 한 마리의 모가지를 부러뜨리고 피를 마시고 나면
더 이상 닭들이 닭으로 보이지 않는다.
주린 배와 흥분한 뇌를 채워줄 유일한 존재로 느낀다.
그 유열에 취한 여우의 행복한 시간이 흐르고
여우의 피가 식고 나면  
어느샌가 날이 밝고 닭장의 주인이 그 모습을 발견해
엽총으로 여우를 여우가 뜯어버린 닭들과 같은 신세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는 참으로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불꽃을 필름 카메라로 찍은 뒤 현상하면 불이 검은색으로 보인다.
빨갛고 노랗고 주황색을 띠는 불이,
시꺼멓고도 새까맣고 또 까맣게 보인다.
그 검은 불꽃을 담은 필름을 빨간 불에 집어넣으면
불은 파랗게 변하며 검은 연기를 뿜어낸다.
마치 그처럼 말이다.
그때의 불은 그와 상당히, 아니 굉장히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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