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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인

에세이

by 장순혁


시린 바람 부는
차가운 겨울 어느 저녁

가로등은 불빛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고

그 밑에서 술에 못 이겨
속을 게워내는
어느 젊은 여인이 있다

바람은 여인의 등을 두드려주고
여인은 그제야 비로소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본다

토할 정도로 술을 마신 이유가
그녀의 연인 때문인지,
그녀의 회사 상사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여인의 표정은 한결 개운해 보인다
여전히 일그러진 얼굴로
여러 차례 침을 뱉어 대지만

여인은 비틀거리며
집으로 향한다
힘이 풀린 두 눈으로
밤하늘 별들을 바라보며

다음날 숙취가 그녀를 괴롭히지 않기를,
그녀가 술을 마신 이유가
다시 그녀를 술로 몰아붙이지 않기를
조용히 기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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