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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

에세이

by 장순혁

텅 빈 거리에
눈들이 쏟아져 내려
더는 외롭지 않은 밤

눈이 덮인 거리에
달빛이 살포시 덮여
더는 그립지 않은 밤

이 밤, 거리를 걷는다
눈 밟는 소리만이
서걱서걱 허공을 메우고
입 밖으로 옅은 흰 연기가 새어 나온다

수많은 별을 보면서도
무지개를 찾아 헤매는
방랑자는 오늘도
별자리를 나침반 삼아 나아간다

눈길에 찍힌 발자국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눈에 덮이고
그가 방랑한다는 사실은
눈만이 알고 있을 뿐

가로등마다 빛의 색이 조금씩 다르고
그것을 알고 있는 그에게만
달맞이꽃을 꺾을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진다

봄이 아직은 멀어도
그게 무슨 대수랴

봄이 조금씩이나마 오고 있음을 아는데
이깟 눈이 대수랴

밤마다 바람결에 잠들지 못한다면
그대를 위한 자장가를 들으라

스륵 눈이 감겨올 때에
나의 목소리는 그대 방안에 메아리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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