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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백마지기에서

에세이

by 장순혁

지나간 일을 슬퍼해야만 하지는 않으리
그간 고생들이 모두 나의 영양이 되었기에
나는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네

내 몸을 이루던 상처들과 흉터들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니

나의 가지를 꺾던 바람이
나의 잎들을 떨구던 바람이

그 가지들과 잎들이 나의 거름이 되었기에
나는 이렇게 웃을 수 있네

상처들을 매만진다
흉터들을 쓰다듬는다

굴곡진 나의 삶에 동아줄이 되어준
자국들을 쓸어 모아 삼킨다

모든 것들은 하늘의 뜻이니
땅에 뿌리박힌 우리는
하늘을 우러러볼 수밖에 없으리

나 사랑하리
수없이 흐르는 강물들을

나 사랑하리
모든 강물의 종착역인 바다의 파도를

석양이 짊어진 나의 세월들을
이자까지 쳐가며 받아들이리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름다운 아득히 먼 기대들을

홀로 선 채로 의연하게 받아들이리
그 모든 아픔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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