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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에세이

by 장순혁

신뢰가 없는 얼굴과 얼굴이
서로를 바라볼 때
약속은 깨져 바람에 실려 날아가고
굳게 맺은 맹세는 스러진다

약속, 그 얼마나 하잘것없는 것인지
결국 헤어지고 하나가 둘이 될 때
그들만의 세상은 갈라지고
황폐해지며 피폐해진다

한때는 힘들여 가꾸었던 정원과
둘이 마주 앉았던 식탁,
둘만의 흔적들이 남은 집은
갈라지고 갈라지다 온통 부서진다

징그러운 시간들이 지난 후
다시 신뢰를 되찾는다 하여도
벌어진 서로 간의 거리는 채울 수 없다

다시 서로의 눈에 서로가 담겨도
얼음장 같은 눈길에
서로는 굳는다, 균열이 생긴다

모든 시간들이 꿈같이 가고
작은 들꽃 하나 서로에게 전해주지 못하는,
그런 미지근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별들이 차지한 하늘
가냘프고 애처롭다

잠시 쉬는 것인지
나날이 야위어 가는 것인지

끝끝내 버텨낸 겨우살이
눈이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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