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꽃이 되었다가, 시들어버릴 이야기

by 장순혁

뾰족한 씨앗도
시간이 지나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
땅 밖으로 자라난다면

그 날카롭던
제 모습을 숨기고
보드라운 잎사귀만을
세상에 내보이는 것

그 지리하고도
쇠잔한 생이여

그 아릿하고도
소멸될 삶이여

그대는 풀이 되고
꽃이 되고
열매를 맺었다가

저물고
지다가
시들어버리리라

나에게 그것은
커다란 슬픔이지만

그대에게도 그것이
과연 슬픔일까

그러나 나는 상관하지 않고
내 멋대로 슬퍼하고
아파한다

첫 모습의 그대를 떠올리며
그대는 동의하지 않는대도
나는 계속 내 멋대로 아파하고
괴로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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