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이 불필요한 MBTI
ISFP가 ENTP를 만났을 때
긴밀한 ENTP 친구가 있다. 그것도 둘이나.
사람과 쉬이 가까워져도, 깊어지기는 또 쉽지 않은 내게 16종의 mbti 중에 1/16의 확률을 관통한 유형의 친구가 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떤 메시지와도 같았다.
엔팁(ENTP)은 특유의 솔직하고 독특한 매력이 유독 짙은 유형이다. 상황에 대한 논리적 분석력이 뛰어나고, 체계라든지 패턴을 잘 파악하는 그들이지만 마무리가 시원치 않다는 반전 인간미에 끌려서인지 아무튼 나는 그들 유형을 오래전부터 좋아해 왔다.
그들은 에너지의 방향이 외부를 향하면서도 외향형 중에 가장 내향적인 유형으로 언급되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부분도 나와 엇갈린다는 점이다.
반면 나는 내향인 중에는 가장 외향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호기심 많은 예술가형(ISFP)' 이다. 이렇게 잇프피와 엔팁의 출발선은 서로 상반된다. 목적지 역시 다르지만, 노선을 통과하다 정차하는 각자 인생의 터널에서 우리는(나와 내 친애하는 엔팁들은) 그저 우연히 스쳤다.
언뜻 봐도 서로가 너무 달랐다. 일치하는 것은 P(인식형)가 유일했으니까. 처음에는 그런 다름이 그저 신기해 호기심에 말을 건넨다. 그러다 내게 결핍된 요소를 꽤나 멋지게 장착하고 있으면서도 결코 오만하지 않은 인간적인 매력을 본다.
그들은 규칙적인 규범에 얽매이기보단 자유로운 정신을 지닌 개인주의적 성향이라는 점에서 나와 유사했고, 논쟁을 위한 논쟁을 하며 종종 공격적이라는 점에서는 또 확연히 거리가 있었다. 우리는 무수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인정하며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였다.
ISFP는 조용하고 과묵함과는 거리가 멀며 행동으로 따뜻함을 전하는 유형이다. 본인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다소 편안한 유형으로 생각한다.
감격하는 ISFP들, <놀면 뭐하니>필연적으로 잇프피를 대변하는 K-아이콘 유재석이 떠올랐다. 자신을 돋보이거나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전체 분위기를 아우르는, 잔잔하지만 확실한 그만의 존재감이 있다.
ISFP 유형의 주요 특징은 이러하다.
1. 이해한 다음에 경험하는 것을 선호
2. 말보다는 글로 표현을 잘함
3. 타인에게 서서히 알려지는 스타일
4. 외부보다는 자기 내부에 더 집중함
5. 정확하고 철저하게 일을 처리하는 편
6. 비유보다는 사실적 묘사를 주로 사용
7. 상황을 포괄적으로 보는 편
8. 웬만하면 우호적이고 협조적인 편
9. 하고 싶은 것만 잘하는 편
10. 일적인 행동력이 약한 편
언뜻 봐도 엔팁과 나의 관계는 '일치'보다는 '보완'에 가까워 보인다. 같은 공감대로 끝없이 물개박수 치기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그 자체로 존중해주는 사이. 막다른 끝의 '다름'을 알기 때문인지 우리의 대화는 상호 갈증이 해소되는 접점에 더 집중한다.
서로의 피드백은 알맹이에 편중돼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지금은 답변하기 어려우니 양해 바랄게' 같은 배려의 말이나 땀을 잔뜩 머금은 이모티콘보다는 장시간 침묵이 더 어울린다. 끝맺음 없이 대화에 1이 사라져도 불편함이 남지 않는다.
우리 사이에는 간극을 좁히는 무언가가 확실히 존재한다. n(직관)이면 어떻고 s(감각)이면 또 어떠한가. 엔팁에게는 3차 기능으로 겨우 존재하는 'f(감정)'는 잇프피의 절대 주기능으로 작용한다. 부차적으로 나는, 달라도 결국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사이를 얻었다.
이렇듯 mbti에 직관하는 시대의 흐름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16개 유형이 미처 포괄하지 못하는 개인 고유의 특질에 자주 주목해본다. 고쳐 쓰지는 못해도 다시 쓸 수 있는 서로의 잠재성을 염두에 둔 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