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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밀 Aug 13. 2022

옛날 귀를 가졌습니다만,

회상의 라디오


 이동 중에 라디오를 듣다 뜻밖의 감격이 차오르는 순간이 있다. 바로, 평소에는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제목의 옛 노래들이 심심치 않게 흐른다는 것.

 무언가 하염없이 신호 대기하고 싶게 만드는 노래를 예고 없이 만날 때면, 최대한 느린 속도로 주행해봐도 기어이 목적지 앞에 닿아있다.


 내 몹쓸 기억력으로는 스스로 불러올 수 없는 옛 노래인 경우는 차에서 내릴 마음마저 싹 사라진다. 그날도 어김없이 경로 이탈이라도 해서 남은 시간을 늘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겨우 아파트 주차장 입구에 도달했는데 앞 차의 움직임이 한없이 굼뜨다. 흡사 큰 아이 아침 등교 수준 급의 속도로 기어가는 모양새다. 평소 같으면 구시렁거릴 게 뻔한 나다. 불쑥 튀어나오는 조급증에서 제법 많이 벗어났다 싶다가도, 위기의 순간 들리는 마음의 소리를 외면할 재량은 없기에.


 이내 앞 차의 움직임을 살핀다. 주차 바 앞에 멈춰 서서 머뭇거리다 운전석 창문을 반쯤 내리고 호출 버튼을 누르는 모습이 보인다. 그 일련의 동작들이 익숙지 않은 걸 보니 아무래도 외부차량인가 보다.

 덕분에 노래는 클라이맥스를 매끄럽게 지나고 있었다. 한껏 느긋해진 마음으로 2분 가량 남은 재생시간을 무사히 흘려보냈다.


 그 후로 한동안 이 노래를 수없이 검색해서 들었다. 제목도 가수도 아득하지만, 막상 들으면 지난 날이 성큼 내 발 앞까지 와있는 기분에 도취된다. 물론 우연히 듣게 된 그날의 감동만큼은 아니었지만, 잊혀진 최애곡을 불현듯 선곡해줄까 봐 들뜬 나를 내버려 두는 시간. 언제나 예고 없이 오는 것들을 좋아한다.



나의 고백 (by 자화상)


하루 해가 저물어 어둠이 다가오면

지나치는 모습 속에 너를 찾아 헤맸지

어느새 내 얼굴에 소리 없이 내리는

이 빗물은 너를 향한 나의 눈물이겠지


우리의 사랑, 우리의 만남 내 맘 깊이 간직하고 있어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지만 너의 미소 내게 남아 있어

오랜 시간이 흘러 지나서 나의 사랑을 잊어도

영원한 나의 사랑은 내 맘 깊은 곳에 남았어

이제 너를 기다릴 뿐이야


자화상, 나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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