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성지순례
1. 세 번의 사전모임
"힘들려고 가는 거예요. 불편한 상황에서 내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채세요"
사투리가 섞인 법사님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친근함이 묻어있다.
1,2차 사전모임은 온라인상이어서 긴장감은 크지 않았는데 3차 모임은 차량별 오프모임이어서
살짝 긴장이 된다.
몇 달 전에 신청하고 사전모임을 두 번 해도 인도에 간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나더니만 39명의 같은 차량을 타는 순례자들의 얼굴을 직접 보니 실감이 난다.
(모두 13대의 차량. 500여 명)
6호차 2조 5번이 나의 번호이다.
6-2-5!
여권에 번호를 붙이고 투명테이프로 단단히 고정해 놓았다.
내 자리에 놓인 물품들은 모자, 티셔츠 3장, 가사, 가방, 매트, 수신기, 이름표, 책 2권, 가방끈, 스카프, 네임택 한가득 가방에 담아 부담감까지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네팔 비자는 발급받았고 인도 비자를 신청해야 하고 겨울 침낭과 배낭은 적당히 골라 주문해야 한다.
1월 23일 떠나기 전에 한 번의 오리엔테이션만이 남아있다.
가족들은 인도에 갈 거라는 나의 말에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왜? 구지비?
그렇게 불심이 깊었어?
갑자기 가고 싶어 졌어라고 둘러댔지만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여행 유튜브도 찾아보고 책을 읽어보면서 나름대로의 준비를 했지만
수행마인드가 아닌 관광마인드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러고 있는 나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궁금하고 불안하다.
2. 떠나는 날의 마음
"현장에서 유심 공급이 어려워서
100여 개 이상 부족합니다.
미리 챙겼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로밍이나 eSIM을 꼭 신청해서
오시길 바랍니다."
떠나기 몇 시간 전에 온 텔레그램 긴급 공지이다.
바리나시에서 유심을 받기로 되어있어서 유심교체용 핀만 준비했는데 갑자기 날아온 날벼락 공지이다.
한 달여 동안 1.2.3차 사전모임, 인도와 네팔의 비자 발급 안내, e티켓 발급, 조별, 개인별 역할 분담까지 막힘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고 돈 받고 일하는 사람들보다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의 진행이 훨씬 체계적이다라고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긴급 공지라니 살짝 언챦다.
공지 불과 몇 시간 만에 500명들의 순례자들은 e 심과 로밍으로 신청완료했다.
대단한 진행자들에 대단한 순례자들이다.
sns를 통한 빠른 소통도 한몫했다.
이번 인도 순례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숙소에서 버스까지 전기밥솥 이동과 조원들끼리 돌아가면서 하는 모닝콜, 짐 실을 때 손전등비추 기이다.
모든 일들이 자잘하게 분류되어 책임자가 정해진다.
드디어 떠나는 날은 찾아왔고 아침 일찍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온전히 혼자 떠나는 것은 오랜만이고 더군다나 16일간의 긴 일정이며 편안하고싶으면 취소하라는 여행이다.
출발 며칠 전부터 일상에 집중이 되지 않고 마음은 번잡하고 온통 정체불명의 인도생각에 잠 못 들었다. 긴장과 불안감을 가슴 가득 안고 공항에 도착하니 오렌지색 티셔츠에 파란 조끼를 입은 순례자들이 군데군데 보이고 분주히 움직인다.
16kg의 캐리어와 사과 한 박스의 공용짐을 수화물로 부치고 2.5kg의 침낭과 4.3kg의 배낭을 기내로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함께 온 열 명의 조원들이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얼굴을 익혔다.
"모든 분별심은 다 내 마음이 일으킵니다"
라는 명심문을 함께 외우는 6-2조의 조원들과 함께 있으니 불안감은 조금씩 사라지고 앞으로 펼쳐질 16일의 기대와 의욕으로 바뀌고 있다.
3. 델리공항에서 바라나시까지
8시간 비행 후 15시간의 버스 이동으로 바라나시로 향했다. 농촌 시골 풍경이 펼쳐지는데 유채꽃이 운치를 더한다. 인도에 유채꽃이라니!
꽃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캄보디아 사찰 순례자의 숙소에 짐만 풀고 가볍게 근처를 둘러보고 왔는데 먼지가 상당하고 공기는 매캐하고 사람들은 경계심이 없이 친절하다.
4. 새벽 갠지스강 (강가강)에서
힌두교의 성지 강가강을 도보로 이동하는데 이른 아침 시간에 수많은 인파로 분주하다
매연인지?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정체불명의 미스트에 강가강은 둘러싸여 있고 저기 멀리 화장터의 장작 불빛이 보이는데 낯설고 불편하다.
생과 사가 함께 있다고 하더니 죽은 이들은 육체를 버리고 살아있는 자들은 소원을 꽃에 담아 강물에 흘러 보낸다.
이른 아침 낯선 이방인들에게 꽃도 팔고 운전하러 나온 이들과 쫓아다니며 손을 내밀며 구걸하는 그들이 애처롭다.
그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은 오만일까?
강가강에서 부처님이 처음 설법하신 사르나트 녹야원에 도착하니 연한 녹색의 초록이들이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녹야원에서 수계를 받으니 내가 왜 성지순례를 왔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하늘에서 친정 가족들이 나를 내려다보며 잘했다고 하는 거 같다. 울컥한다.
나 혼자 남겨두고 모두 떠난 그들이 나를 이곳에 보낸 것인가?
대답 없는 질문을 마음에 담고 수계식을 잘 마쳤다.
몸도 마음도 지치는데 짜이 한잔에 위로 삼는다.
내일 하루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