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성지순례
1. 바라나시에서 부다가야로
부처님이 처음 설법을 한 사르나트를 떠나 부처님이 6년 동안의 수행 끝에 성도 하신 보드가야로 왔다.
매번 다른 장소로 옮길 때마다 준비물이 달라지는데 이걸 챙기는 게 만만치 않다. 매번 시간에 쫓겨 허둥대며 헤쳐놓은 짐들은 또 다음 준비물을 챙기려고 다시 뒤져놓아서 항상 엉망이다. 내 옆에서 자던 도반은 기상 시간 전에 일어나 부스럭거리며 짐을 챙긴다.
늦게야 겨우, 겨우 잠들었는데 잠을 깨서 화가 자꾸 올라온다. 일정에 합류할 때 함께 면세점에 가서 친해진 도반인데 이 도반과 계속 잘 지낼 수 있을까?
부처님께서 수행하기 위해 오른 가야산은 산속에 집들이 많았다. 산에 오르면서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심각해 보였다. 슬럼가처럼 보이는 집들이 이어지고 간혹은 소, 양들의 축사에 사람들이 함께 기거하는 곳도 보였다.
차마 카메라를 들이대지는 못했다.
그래도 공터에 젊은 친구들이 야구 비슷한 것을 하면서 열악한 그곳을 젊은 열기로 채운다.
그들이 희망이 되길!
30년 전에 척박한 이곳에 학교를 세워 지금은 1500여 명의 학생이 다닌다는 수자타 아카데미에 도착해 그들의 환영식을 받았다.
유치원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운동장에 모여 예쁜 율동으로 우리를 반기는데 순간 고단함이 사라진다.
학교는 규모도 크고 깨끗하며 병원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무상으로 아이들에게 제공된다고 한다.
수자타 아카데미는 우리가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곳이다. (그러니까 내가 낸 돈이 잘 사용되나 점검하는 셈이 됐다.)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을 보면서 느낀 건데 춤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막눈인 내가 보기엔 리듬감이 우리보다 나은듯하다.
오래전에 와봤다는 도반님은 아이들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고 기뻐했다.
(해마다 오는 인도순례는 올해 35번째이다.)
아이들의 기숙사에 짐을 풀고 부처님이 6년 동안 수행했다는 전정각산에 올랐다.
처음에는 돌산으로 보이는 저곳에 가야 하나? 싶었는데 오르고 보니 너무 좋다. 산세도 우리와는 다르고 산 전체가 원숭이들로 가득하다.
또다시 날이 밝았다.
오늘의 일정은 보드가야 대탑까지 도보 정진이다.
새벽 4시부터 걷기 시작해서 2 만보정도 세 시간을 걸은 것 같다.
걷기는 자신이 있었는데 힘든 일정 때문인지 쉽지 않다.
각자 손전등을 들고 어둠 속으로 나섰는데 어느새 해가 뜨고 주변이 밝아왔다. 어둠이 걷히면서 초록의 들판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재충전돼서 훨씬 가볍다.
부처님이 수행 중에 쓰러지셨다는 네란 자라강도 건너보고 우리나라 남대문 같은 인도의 시장도 통과해서 마침내 보드가야 대탑에 도착했다.
새벽의 피곤함은 사라졌지만 뙤약볕 아래 법회를 한 시간 이상 진행되니 기진맥진해서 탈진 직전이 됐다.
스님의 법문도 들리지 않고 사진도 안 찍고 집에 가고 싶다.
그래도 그 와중에 깨어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자꾸 들긴 했다. 도반들과 저녁 나누기 시간에 오늘은 집중하
지 못했는데 내일은 좀 더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