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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쏘 Dec 07. 2019

너의 실종도 해프닝으로 끝나길

영은 아니지만 올드도 아니겠지(3)

집에 늦게 들어와 ‘더럽게 춥다하며 따수운 물로 씻다가 나의 사라진 친구가 생각났다. 멀어진  아니고 사라진 것인 이유는 어떤 계기로 등진 것도, 자연스레 연락이 끊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답이 없는  애를 찾을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살고 있겠지. 부디.


원래는 다른 사라진 친구가 있었다. (기가 막혀) 초등학교  많이 친했고, 6학년  이민을 가서도 가끔씩 우리는 안부를 주고 받았다. 희진이와 마지막으로 얼굴을   잠깐 한국에 들어왔을  강남역에서였다. 밥을 먹고  와플을 먹으며 서로의 남자친구 얘기를 신나게 했던 기억이 난다. 희진이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한동안 나도 바쁘게 살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그런데 어느  문득 ‘얘는  사는 건가하는 생각과 함께 불안이 엄습했다. 강남역에서 만났을 때는 오지로 떠났던 선교팀이 납치를 당해 나라가 발칵 뒤집어진 시기였고, 희진이는 자신도 교회에서 선교하러 그런 곳엘 갔다고 했었다. 하나님을 믿더라도 곱게 믿고 그런 일은   하면  되냐고 하고 싶었지만 우리 몸이 떨어졌던 거리는  멀어서 그냥 위험한 데는 가지 , 하고 말았었다. 이렇게 오래 연락이 없을 애는 아닌데  선교 갔다가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문자를 보내고 싸이월드에 글을 남겨도 희진이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미국이라 페이스북을  빨리 쓰기 시작했던  생각  하희진, 희진하를 한글로 영문으로 검색해도 소용없었다.  뒤로 우리나라도 페이스북이 활성화돼 나는 매일 페이스북에 들어갔고, 가끔 친구의 이름을 검색하거나 함께 친했던 다른 친구에게 희진이 소식을 묻곤 했다.

삼사 년쯤 지나 희진이는 DM 보내왔다.  사는지 궁금해서 페이스북에서 나를 검색해 찾았다며. 나는 어떻게 그렇게 연락도   수가 있냐고 너무했다고 토로했다. 정말로 기가 막힌  이름이었다. 송희진. 그애는 나를 잊고 사는 동안 결혼해서 아이도 있었고, 남편의 성을 따라 송희진이 되어 있었다. 분명 페북을 한다고 했는데,  친구 하희진을 찾을  없었던  걔가 이제 미세스 송이기 때문이었다. 야이... ...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미세스 송이 아이 둘과 남편과 강아지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가끔 친구가 사라졌다고 서운해하던 그때의 내가 떠올라 헛웃음이 난다.


그럼 다시 여전히 사라진 친구 나탈리 이야기. 중학교 1학년  친해졌고 고등학교까지  번이나 같은 반이었다. 밝으면서 얌전했고, 사교성이 좋으면서 낯을 가리는 아이였다. 우리는 웃음코드가  맞아서 만나면 낄낄대고 웃을 일만 있었다.  커서도 계속 그랬고, 나탈리 앞에서는 아주 조금이라도 있는 척하거나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 없이 편하고 푸근했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시청역 근처 내가 다니던 회사 1 스타벅스에서였다. 선물받았는데 필요없다고 커피 좋아하는  쓰라며 챙겨온 프렌치프레스를 스타벅스 원두와 함께 건네줬다.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베이킹을 배워 베이커리에 취업했던 친구는, 너무 힘든 나머지 그만두고 한의원에서 일하다가 다시 일을 그만둔 상태였다. 유학 준비를 잠시 했는데 나탈리는 미국 학교에서 쓰겠다고 그때 지은 이름이다. 유학의 꿈도 접고 직장이 두려워 취업 시도도 멈춘 친구에게 나는 괜찮은지 묻기는  뭐해서 그냥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2016 어느 날도 “ 만나자, 연락  자주 !” 하며 헤어졌는데  뒤로는 우리 나탈리를 만나지 못했다. 원래 SNS 하지 않는 친구라서 가끔 전화해보거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다. 혹시 취업 포기 시기가 길어져 의기소침해 그런  아닐까, 나한테는 정말 아무것도 쪽팔려하지 않아도 되는데, 만나고 싶다... 생각은 이제 혹시나 많이 우울했을까, 혹시나... 바뀌었다. 2020년이라는 숫자도 나탈리가  인생에서 완전히 사라진 걸지도 모른단 사실도 얼떨떨 믿기지가 않는다. 나의 이런 애틋함과 달리 나를 잊고 즐겁게  살고 있는 것이기를, 그러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라도 “ 지내?” 하며 연락해 오기를,  번호는 그대로니까 다시 닿을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지금 미세스  사진을 보면 어이가 없는 것처럼 나탈리 실종 사건도 등짝   때리고 끝날 해프닝으로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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