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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승 Sep 11. 2020

시장조사는 어떻게 하라고?

아날로그식 시장조사의 힘

시장조사에 있어 각종 자료와 온라인 사이트 등을 활용해서 거시적, 미시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 외에도 창업자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아날로그 방식이 가진 힘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직접 발품을 팔고 고객을 쫓아다니며 듣는 현장의 목소리야말로 시장 파악의 알짜 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타깃팅하

고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든가, 설문지를 돌린다든가, 경쟁사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등이다. 물론 예비/초기창업자가 발로 뛰면서 시장조사를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요즘은 소셜 매체나 커뮤니티도 많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웬만한 의지로는 실행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방식의 발품이 가져다주는 데이터는 직관적이며 활용가치가 높다.


 실제 이런 노력을 통해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사례도 많다. 최근 기사를 통해 20대 초반의 KAIST 학부생들이 만든 셀렉트 스타라는 스타트업을 알게 됐다. 창업 1년 만에 매출액 10억 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인 이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은 정말 특이하다. 앱을 통해 사용자들이 다양한 이미지나 음성, 영상 등

의 데이터를 제공하면 이들은 사용자들에게 리워드(현금)를 제공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전수검사해서 데이터가 필요한 기업에게 납품하는 형식이다. 이런 기발한 사업 모델이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시장조사를 위해 발품을 판 덕분이었다. 데이터가 필요한 AI기업들 수십 곳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고, 전처리 과정의 어려움을

들었고, 또 불특정 다수에게 설문을 돌리면서 리워드 앱을 사용해 본 사람이 80%가 넘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낮은 보상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걸 캐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두개의 문제점을 융합하면 분명 수요가 있다는 걸 확신해서 독창적인 사업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인공지능 뷰티 동영상 큐레이션 서비스 잼페이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수차례 고객 FGI(표적집단면접)를 통해 고객들의 요구를 확인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주목해서 서비스를 다듬고, 진화 발전시켰다고 한다. 침대 매트리스라는 레드오션 시장에 진출해서 스타트업으로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삼분의일’이라는 기업도 이런 사례다. 이전 사업의 실패 경험이 있었던 전주훈 대표는 이를 교훈 삼아 시장분석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매트리스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1년 넘는 기간 동안 1,000번이 넘는 고객 검증 과정을 거쳐서 제품을 개발했다고 하니 그 의지와 실행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창업자 각자가 처한 상황과 여력에 따라 이런 아날로그식의 시장조사를 제대로 펼치기 어려운 경우도 많겠지만, 내가 타깃팅하고 있는 시장 상황을 직접 파악하기 위한 노력은 어떤 방식으로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중 하나의 방법이, 주변 지인이건 가능한 여러 사람들에게 내 아이템을 이야기해서 반응을 들어 보는 것이다. 창업 아이템이나 사업계획을 꼭꼭 숨기고 있는 것보다는,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서 조언을 들어 보는 것이 낫다. 정작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그들의 시선에서는 보일 수 있다. 그들의 현실적인 지적에 귀를 기울여서 내 아이템을 보완하고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아이템을 꼭꼭 숨겨서 자기 함정에 빠지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단,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지는 말자. 자가당착 금지! ‘그거 잘될 것 같은데?’ ‘너 성공할 것 같은데?’라는 반응에 혹하면 안 된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주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귀찮거나, 예의상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가 곤란해서일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더 자주 만나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듣기 싫은 실패의 가능성도 주의 깊게 들어야 자만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기술이나 사업 아이템은 사람들을 착각하게 하는 이상한 마법을 가지고 있다.


“야, 그 아이템 죽이는데, 대박 날 것 같아” 창업가에게는 참으로 듣기 좋은 소리지만 희망고문일 수도 있음을.

창업을 하고 수없는 아이디어를 모임이나 지인에게 의뢰를 하면 부정적인 반응보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어 왔다. 기분좋은 소리가 힘은 나지만 실상 마켓에 적용되지 못하고 돈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에 접하면 참으로 힘빠지는 기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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