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라 May 28. 2019

서른, 한 고비를 넘기는 중

마의 십 개월

부끄러운 일 일수도 있지만, 약 4년간 한 직장에서 10개월을 넘긴 역사가 없었다.

십 년이 아니라 십 개월!

퇴사할 때마다 실패감이 느껴졌다. 다음 회사에서는 잘해봐야지 다짐하지만 똑같은 결과만 자초했다.


스스로 버티지 못한 곳도 있었고, 미래가 없는 회사에서 먼저 발 뺀 곳도 있었고,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던 다양한 원인이 있었다. 직장생활에 버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생각할수록 나 스스로가 다른 사람보다 버티는 힘이 부족했던 걸까, 고통 감각이 예민했던 걸까, 그냥 사회부적응자인걸까 자책하게 되었다. 퇴사할 때마다 마음은 시원했지만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남들 다 하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또다시 처음으로 리셋되는 직장생활과 그럴수록 채워지는 경력이라곤 물경력뿐이니 내가 실패자임을 인증하는 것 같았다.


3,6,9개월을 버티면 1,2,3년을 버틴다는 말이 있는데, 웬걸! 나의 최대 고비는 10개월이다!

10개월밖에 버티지 못한 이유는 그전부터 퇴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떠나는 순간 한 달이 1년처럼 느껴져 괴롭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1년을 채운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무의미했다.


마의 10개월


지금 또다시 새로운 현장에 입사한 지 9개월 차가 지나고 있다! 감회가 새롭다. 내가 그렇게 버티기 힘들었던 1년이라는 시간을 버티기 위한 의지라는 녀석이 아직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토록 퇴사를 꿈꾸던 기간이었는데 이 기간이 하루하루 지나고 있다니! 물론 지금도 불쑥불쑥 퇴사 욕구가 드는 순간도 있지만 하루 이틀 지나고 나면 잊힌다. 뒤를 돌아볼 생각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일들에 더 집중하게 되어서 일까? 아니면 ‘청년내일채움공제’의 힘을 얻어서 일까. 후자의 도움도 큰 것 같지만 ‘이때쯤엔 퇴사하고 싶어야 하는데..’ 라는 의외의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서른이 되고 나서야 나는 잘 견뎌내고 있는 것 같다.


곧 마의 10개월을 넘기는 순간이 온다. 그것도 서른이 돼서야 처음으로! 1년째 되는 날 보다 나에게 더 의미 있는 순간이 될 것이다. 그땐 소고기 사 먹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서른, 나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