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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정 Sep 01. 2022

월드타워 스마일링 포켓몬 -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포켓몬 팝업 포토에세이

"요즘 아이들도 포켓몬 좋아하나 봐요?" 지난 주말 다녀왔던 사진을 보고 누군가가 물었다. 그렇다. 요즘 아이들도 포켓몬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계속되는 포켓몬 카드 홀릭에는 화가 날 지경이지만, 롯데월드타워 잔디마당에 포켓몬 70여 개가 전시되어 있다는 소식은 무심히 지나칠 수 없었다. 주말에 가보자고 했더니 아이들도 신이 났다. 혹시라도 사진을 못 찍을 만큼 줄이 길까 봐 미리 일러뒀다. "줄이 길면 앞에서 사진은 못 찍을지도 몰라. 그냥 보러 간다 생각하고 가자." 아이들은 상관없다고 했다. 그냥 포켓몬들 보기만 하면 된다고.

도착하자마자 발견한 짧은 줄. 일단 서서 사진부터 찍었다. 여름과 가을 사이. 날은 서늘했지만 햇빛은 여전히 뜨거운 날이었다. 첫 포토스팟에서 찍은 사진에서 두 아이는 분명 신나 보였다. 그리고 나랑 남편도 신났다. 생각보다 사진 찍는 줄들이 짧았기 때문이다. 포토스팟이 여러 개라 분산되어서인지 줄들이 설 만 했다. 각 줄마다 5분~10분이면 충분할 정도.

어떤 줄은 매우 짧기까지 해서 이런 사진은 남편이 다른 줄을 선 동안에 내가 아이들만 데려가서 얼른 찍고 올 수도 있었다. 포켓몬들이 의외로 귀여웠고 줄들도 짧으니 최대한 많이 찍어야지 생각한 엄마와 아빠는 의욕이 넘쳤다. 이 행사의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대형 피카추였는데 그 줄을 발견한 남편이 말했다. "저기 앞에 계단 있는 저기가 대형 피카추 사진 찍는 덴가 봐. 줄 설만 해. 내가 여기서 애들 찍고 데리고 갈 테니까 저기 가서 서 있어." "OK." 가보니 당황스러울 만큼 줄이 짧았다. 대형 피카추를 위한 사진 줄이 두 개였기 때문인데, 코앞에서 찍는 줄은 꽤 길었고 약간 거리를 두고 찍는 스팟은 줄이 짧았다. 오래 줄 설 사진이 없는 우리는 피카추 코앞 사진은 깔끔히 포기했다.

드디어 주인공인 대형 피카츄 앞에 섰다. 엄마랑 아빠는 신났다. 그리고 두 아들 모두 신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둘째의 표정이 계속 이런 상태.... "너 무슨 일 있어?"

만세를 해보랬더니 계속 이런 식. 귀찮다. 귀찮다. 나는 그냥 한 손만 들께. 그래서 물었다. 혹시 지금 힘드냐고. 사진 찍는 거 싫으냐고. 근데 절대 아니란다. 으음. 그래. 싫은 건 아닌데 웃긴 싫은 거구나.....

극명한 온도 차이. 형아는 사진마다 활짝 활짝. 동생은 사진마다 뾰로통. 여러분~ 이건 절대로 사진 찍기 싫은 아이의 표정이 아닙니다. 지금 신나게 사진 찍는 중이래요. 분명 현재 기분이 좋은 상태랍니다.

절대 귀찮은 게 아니다. 포켓몬 텐트마다 쏙쏙 자기 발로 들어가서는 저런 포즈로.... 이것은 6살의 감성인가. 이쯤 찍고 보니 엄마 아빠도 좀 더워진지라 들어가서 쉬었다 나오기로 했다. 안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는데 첫째가 그런다. 이제 사진 찍었으니까 충분하다고. 사진은 그만 찍어도 될 것 같다고. 이쯤 되니 주객이 전도되어 버렸다. 아니 아니. 안 돼. 여기까지 왔는데 엄마 아빠는 사진을 더 찍고 싶다고. 실내에서 푹 쉬고 한번 더 나가보자. 다시 나와 포토타임 2차전.

다시 사진 찍는 게 신나진 형아와 분. 명. 싫지 않다고 말했는데 말과 행동이 매우 다른 동생.

그 하늘에 뭐가 있나요???

꿈이야, 그 부채 좀 내려봐.......

그날의 하늘엔 뭐가 있었던 걸까.

"꿈이 표정이 왜 그래?" "아니야, 그냥 얼른 찍자."

"너 어디 봐???" 형아도 눈을 감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이 사진.

으하하하하하, 이 표정 뭐지? 이거 우울할 때마다 열어봐야겠다.

또 찍자고 해서 미안하지만, 그렇게 우울한 표정 지을 것까진 없잖아....

그렇게 마지막까지 형아만 웃는 사진을 남기고 왔다는, 웃픈 이야기. 집에 와서도 여러 번 물었지만, 자기는 분명 좋았다고 또 가고 싶다고.... 항상 어딘가를 다녀오면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에는 정말이지 꼭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사진 때문에. 

"아들아. 엄마는 이 사진 오래오래 간직할게." 요즘 도수치료를 받으러 다니는데, 아들들 얘기를 했더니 치료사분이 그랬다. "둘째가 효자네요. 엄마 글 쓸 재료를 계속 만들어주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부들부들 사랑스러운 첫째와 다르게 매일이 시트콤인 우리 둘째. 아들 덕분에 엄마는 오늘도 기록을 남긴다.


아, 참고로 월드타워 전시 팝업 스마일링 포켓몬은 9월 12일 월요일까지 진행된다. 일찍 가면 포켓몬 빵을 살 수 있다거나 포켓몬 풍선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후에 가서 전혀 구경도 하지 못했다. 굿즈 샵도 있는데 줄이 어마어마. 긴 줄은 사양인 우리 가족은 멀리서 구경만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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