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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정 May 22. 2023

등원 15분 전에야 아이를 깨우는 엄마

내일은 정말 일찍 깨울 수 있을까?

알람이 울린다. 손을 뻗어 핸드폰을 가져다 시계를 보니 7시 30분이다. 컨디션이 다시 나빠지면서 평일 새벽 알람을 꺼둔 게 생각났다. 그러니 지금의 알람은, 에누리 없이 꼭 일어나야만 하는 그 시간인 것이다. 첫째 아침을 먹여 학교에 보내려면 꼭 일어나야 하는 시간. 그런데 어쩌나. 몸이 한없이 무겁다. 이제야 겨우 떠났나 싶었던 몸살기운이 다시 찾아온 모양이다. 목은 아프고 다리는 무겁고 눈은 뻑뻑했다. '하아.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불러낸다. 십분 정도 그렇게 침대 위에서 뒹굴거렸다.


언제까지나 그러고 있을 수는 없는 일. 겨우 일어나 첫째를 깨우고 먹이고 보냈다. 형이 일어날 때 같이 눈을 떠서 빙긋 웃던 둘째가 "나 잠시만 더 누워있을게." 하며 눈을 감길래 "너는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더 자도 돼."하고 나왔다. 후루룩 첫째를 보내고 방안을 빼꼼 들여다보니 깬 적이 없는 것처럼 자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십 분은 짧지만 달콤한 나의 자유시간. 식탁 의자에 툭 앉아서는 SNS 세상을 이리저리 탐색하다 다시 일어났다. 이번에는 둘째를 깨워야 할 시간이다. 작은 방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 위에 누웠다. 깨워야 할 시간인데 왜 눕는 거냐고 묻는다면, 깨우는 것보다 소중한 의식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원래 머리가 있어야 할 곳을 비워두고, 발이 있어야 할 곳에 길게 누운 아이의 뒤에 조용히 누워 살짝 껴안아 본다. 아이의 체향이 후욱 올라온다. 뭐랄까. 좋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따뜻한 향. 달콤하지도 상큼하지도 않은, 포근한 향.


깨워야 하는데, 깨워야 하는데. 엄마의 손길에 꿈틀거리는 아이에게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말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말로 깨우는 대신 은근히 꼬옥 다시 안아본다. 작은 눈, 코, 입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경이롭다. 이 작은 얼굴에 콕콕 자리 잡은 이목구비를 보다 보면, 이 순간이 아이의 얼굴을 완벽히 볼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 아닌가 싶다. 입도, 코도, 눈도. 그대로 오래 바라볼 수 있으니까. 그러다가 또 생각한다. '아, 눈은 아닌가? 뜨지 않고 감고 있으니 눈은 미완성인 채로 보는 건가? 음, 아니야. 낮에는 뜨고 있기 때문에 보지 못한 눈꺼풀까지 온전히 보고 있으니, 이건 이대로 완벽한 게 맞아.' 이런 종류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생각을 주욱 이어가느라 아이를 깨우지 못했다.


그러다 "쪼~옥". 잘 때면 살짝 삐쭉 내밀고 꾸욱 다물어 더 귀여운 입술에 뽀뽀를 했다. 안아주는 손길보다 적극적인 촉감에 살짝 깬 아이는 기지개를 켜더니 몸을 반대로 돌려버렸다. 기회다. 이 순간이 계속됐으면 하는 마음을 누르고 정말로 아이를 깨울 기회.


"꿈이, 왜 엄마가 뽀뽀하니까 도망가?" 그 말에 다시 몸을 돌려 폭 안기는 아이에게 말한다. "엄마는 이렇게 안으면 포근포근하고 따뜻 따뜻하고 행복해. 근데 이제 곧 나가야 할 시간이야. 이제 진짜 깨워야 될 거 같아. 어쩌지?" 그러자 아이는 눈도 뜨지 못하면서 씨익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 그러더니 시간을 확인하고는 다시 말한다. "엄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잖아. 좀 더 빨리 깨웠어야지."


하핫, 그렇지. 등원 셔틀 타러 나가기 전 15분. 그 빠듯한 시간에야 겨우 아이를 깨운 못 말리는 엄마. 정신없이 입히고 씻기고 보내면서 내일은 더 일찍 깨워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 이 아침을 꼭 기록해야지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든 말든, 이러다가 아침을 한 숟가락도 못 먹이고 보내야 하든 말든, 천천히 흐르는 따뜻한 시간에 코 박고 뒹굴거린 이 아침을..... 그래서 지금 여기에 기록한다.


아침은 아니지만, 역시나 따뜻했던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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