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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정 Jun 09. 2022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 분단국가가 아니다

아이 덕분에 알게 된 새롭지 않지만 새로운 사실

"엄마, 북키프로스 좀 찾아줘."


6살 둘째는 지도광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도에서 전 세계 국가들을 살피는 걸 좋아한달까. 처음 시작은 프뢰벨에서 받은 국기 지도였다. 국기를 너무 좋아하기에 국가 카드를 내줬고, 이내 아이는 국가와 국기를 외우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국가가 있었던가. 처음 듣는 국가는 왜 이렇게 많고 처음 보는 국기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뭐, 엄마는 세계사를 공부한지도 오래됐고, 너처럼 열심히 국가와 국기를 살핀 적도 없으니 모르는 것도 당연하겠다.' 생각하며 처음 배우는 마음으로 아이가 알려주는 정보들을 받아들이곤 했다.


지구 위에 경계를 나누며 자리 잡은 국가들을 카드로만 보는 것이 답답해 보여 세계 지도를 사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각 지역에 사는 동물 그림이 그려진 아기자기한 지도로 시작. 아이가 닳도록 지도만 연구하다 보니 어느새 벽에 붙여놓은 세계지도만 3종 정도가 (사실 더 있었던 것도 같은데 가물가물) 스쳐갔다. 그중 지금 부엌 아일랜드에 붙어있는 지도는 국기가 함께 그려진 지도다. 국가 표기가 꽤 자세한 편이지만 공간 제약상 표시되지 않은 국가명들도 있어 다른 지도와 지도책들을 번갈아 찾아보기도 한다.



아이가 이 질문을 한 건 그 지도 아래 그려진 국기들을 유심히 보다가였다. "엄마 부키프로스 좀 찾아 줘." "응? 부키프로스" 그건 또 어디란 말인가. "꿈이야, 그게 어딘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 책에서 분명 그런 나라가 있다는데 찾을 수가 없어. 엄마 핸드폰으로 그게 어디쯤 있는 나라인지 좀 찾아 줘." 아이 요청이기도 했고, 정보 없이 지도 전체를 훑을 자신도 없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우리 모두의 구원자. 초록창 검색. '부키프로스'를 쳤더니, '북키프로스'로 자동 제안 검색이 된다. "아, 꿈이야. 북~ 키프로스야?" "응. 맞아."


그리고 그 밑에 적힌 설명. 키프로스 섬 북부에 있는 공화국이자 미승인국이란다. 남부의 키프로스 공화국과 인접해 있다는데.. 키프로스와 북키프로스. 키프로스 섬을 남북으로 나누어 북쪽은 북키프로스, 남쪽은 키프로스 공화국이란다. 이거 어딘가 익숙한 느낌.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나누어 분단된 남북한과 다를게 무어냐. 으음, 그렇다면 여기도 분단국가야? 음. 이상한데. 분명 한국은 유일한 분단국가라 하지 않았었나?


뭔가 잘못 본 걸까. 설명을 좀 더 자세히 읽어보자, 터키군의 개입으로 촉발된 전쟁에서 터키가 승리했고 북부 절반을 장악하면서 분단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키프로스는 분단국가가 맞다. 헛. 한국이 유일한 분단국가가 아니었다니. 분명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모두가 얘기하지 않았던가. 이제 한국은 이념갈등으로 분단된 유일한 국가라고. (참고. 위키백과 북키프로스)


가만, 그리고 보니 여기 단서가 있었다. '이념갈등으로' 분단된. 자,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을 '유일한 분단국가'라 기억하고 있는 건 '이념갈등'이란 말보다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단어가 주는 충격이 더 커서였을까? 이번에는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키워드를 검색창에 넣어봤다. 역시 나 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던 겐지 대한민국 통일부 블로그에 포스팅된 내용이 바로 보였다.


좁은 의미로 설명하면, 냉전 이후 이념 갈등으로 분단된 유일한 국가. 그것이 대한민국이라고 설명하는 게 맞다. 실제로 세계에는 다양한 이유로 분단된 국가들이 더 존재한다는 것이다. 의문의 시작점이 된 키프로스 공화국과 북키프로스 공화국을 비롯해서,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 아일랜드 공화국과 영국령 북아일랜드 공화국도 분단국가다. (출처. https://blog.naver.com/gounikorea/222135358270)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전에 알지 못하던 것을 많이 깨닫는다. 세상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사실이라든지,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면서 배워간다는 것 등. 엄마가 되면서 인생을 좀 더 알게 되었다 생각한 날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지식'들까지 6살 아이를 통해 배우게 될 줄이야. 나는 궁금해하지도 않는 것들을 아이는 궁금해하고, 그건 새로운 지식의 발견이자 습득으로 이어진다. 이제 아이가 내일 알려줄 새로운 지식들이 기대된다. 내가 배운 적이 있었던 건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것들인지 조차 구분되지 않는 새로운 사실들.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은 정말이지 빈틈없이 딱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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