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냐 정 Oct 30. 2022

마음속에 품은 우주만 한 스토리

우리는 누구나 온리원이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몸뚱이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우주만 한 크기의 사연 하나쯤은 가슴속 깊이 소중하게 간직한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언어의 온도, 이기주) 

    

내가 감히 누군가의 삶을 보잘것없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삶을 보잘것없다고 평가하는 이는 많다. 나 역시 그랬다. 세상에는 멋진 사람이 너무 많고 내 삶은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출간 계약을 한 내가 특별하다고 느꼈던 순간도 있었는데 그것도 잠시. 온라인 세상을 살다 보니 출간 작가가 어찌나 많은지. 내 스토리는 주춤 다시 작아졌다. 블로그에 내 이야기를 연재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작아지다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혼자 있을 때 작아진 마음은 온라인 공간의 온기를 느끼며 다시 몸집을 불렸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도전하는 내가 흔들리지 않는 강한 의지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완벽한 오해다. 나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사람이다. 겨우 곧추세워 앉으면 산들바람에 다시 눕고 마는. 강한 의지 대신 내가 가진 건, 다시 일어나는 마음이다. 내 스토리를 공유하며 나의 가치를 깨닫고 스토리의 힘 또한 알게 됐다.      


‘나찾기’ 프로젝트로 시작해 여러 가지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지를 띄우고 신청자를 받을 때마다 매번 받는 단골 질문이 있다. “저는 글을 잘 쓰지 못하는데 할 수 있을까요?”, “저는 특별하지 않은데 제 이야기 쓸 게 있을까요?”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는 내 경험을 근거 삼아 다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프로젝트를 여러 회기 진행하고 난 지금은 더 힘차게 답한다. 당. 연. 히. 할 수 있다고. 중요한 건 글쓰기 스킬이 아니라 스토리 자체이며, 누구에게나 우주만 한 스토리가 있다는 말은 진실이다. 그저 자기 자신만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그리고 또 하나 비밀이 있다. 우리 모두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글을 잘 쓴다는 점이다. 못 쓴다기보다 글 쓰는 일에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이지 싶다.     


글쓰기 프로젝트는 각각의 글을 모두 읽고 피드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규모로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참여한 사람의 숫자가 많지는 않다. 다 합하면 백여 명 남짓. 그중엔 글쓰기가 처음인 사람도 있고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글쓰기에 익숙한 정도가 모두 들쑥날쑥 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분명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글쓰기가 익숙한 사람의 글은 더 매끄러울 수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글이 거칠더라도 담긴 스토리가 매력적이면 글을 쓴 사람을 다시 보게 되고 다음 스토리를 기다리게 된다.      


‘나찾기’ 프로젝트 수강생 중에는 연세가 지긋한 분도 여럿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 글을 쓰는 게 익숙한 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있다. 분명 글은 거친데, 글 속에 담긴 인생은 어떤 이야기보다 강렬했다.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절. 어렵게 학교 다닌 이야기. 가난에서 빠져나온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이야기. 아이를 낳았지만 또다시 시작된 가난에 절망한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희망을 찾는 이야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써 내려간 이야기는 묵직한 보석이었다. 그분은 ‘나찾기’를 통해 잊고 있던 시간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마지막 후기를 전했다.     


내 아이가 이런 선생님을 만났으면 좋겠다 싶게 열정이 가득한 선생님도 있었다. 처음, 선생님이라는 직업만으로 그녀를 알았을 때는 그저 선생님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나찾기’를 통해 그녀의 글을 읽으며 입체적인 그녀를 알게 됐다. 무엇보다 편견이 생기기 쉬운 선생님이라는 직군 역시 생각보다 다양한 집단일 수 있겠다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바쁜 가운데서도 꾸준히 썼고 쓰는 것이 즐겁다 말했다. 네 번째 글이 넘어갈 무렵이었던가. 다 쓰고 나면 동료 선생님들 앞에서 글 낭독회를 하겠다 선언하기도 했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큰 성취감을 주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 앞에서 낭독할 용기까지 생겼다면서.     


수강생 중에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된 분이 있었다. 그때 낳은 아이는 벌써 자라 군인이 되었다. 그간 찬찬히 정리해보지 못한 자신만의 엄마 스토리를 ‘나찾기’를 통해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자의 삶과 엄마의 마음. 그리고 전달되지 않는 목소리가 안타까우면서도 그 삶이 대단하다 느껴졌다. 그녀의 사례를 지금까지도 마음에 품고 있는 건 마지막 글을 쓰고 나서 보내온 메시지 때문이었다. 그녀가 쓴 글들을 아들이 읽었고 ‘엄마, 사랑해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이역시 우주만 한 스토리였다. 그 우주가 글의 모습을 입고 전달되었을 때, 또 다른 우주의 마음을 건드렸다. 글은 기록이라서 보관도 가능하지만 공유도 가능하다. 그건 글이 가진 물리적인 힘 중 하나다.     


‘나찾기’를 시작으로 ‘나’를 주제로 하는 다양한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는 겸손해졌다. 평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믿을 수 없게 됐다. 세상에 평범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자신이 평범하다고 믿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자신도 모르던 비범함을 나에 대해 쓰면서 발견할 수 있다. 새로이 발견한 비범함을 다른 이들과 나눌 수도 있다. 그렇게 쓰인 나만의 스토리는 세상에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돕는 힘이 된다.    

  

마케팅 서적 중에 세스 고딘의 <마케팅이다>라는 책이 있다. 세스 고딘은 이 책에서 모든 사람은 각자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 내러티브에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그건 각자의 내러티브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라고도 덧붙인다. 마케팅을 잘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다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문장에서, 나는 다른 영감을 얻었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은 모두가 다름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나에게는 나만의 특별함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스토리가 의미가 있는 건 그 특별함을 끌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전 06화 글쓰기 프로젝트를 하고 싶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