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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정 Oct 30. 2022

나만의 스토리가 시리즈가 되려면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나’라는 주제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어렵다. 어쩌면 ‘너’보다 ‘나’와 더 멀게 존재하는 게 우리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나에 대해 글을 쓰려면 우선 나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찾기’ 프로젝트의 첫 시간도 질문으로 시작한다. 질문 내용은 초등학교 1학년도 이해할 만큼 단순하다.   

   

처음 며칠 동안 전달되는 질문지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모두 떠올릴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과거의 나에게는, 내가 성취했던 것,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았던 것을 물었다. 미래의 나에 대해서는,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개인적 측면과 직업적 측면에서 나누어 답변해달라고 했다. 현재의 나에게는, 내가 잘하는 것과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과 이유를 물었다. 여기까지는 내가 스스로 답하기 위한 질문. 거기에 하나의 질문을 더했다.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내가 잘하는 것. 이 질문은 예전에 참가했던 한 프로그램에서 내가 받았던 질문이기도 하다. 그 질문 덕에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남들이 생각하는 나는 더 나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기도 했다. 그래서 이 질문을 일부러 추가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주변인들이 생각보다 많으니까.   

  

질문을 보고 눈치챘는지 모르겠다. 최대한 긍정적인 질문으로 구성한 내 의도를. 나의 성취를 떠올리면서 성취감을 되살려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물으면서 한 번 더 미소 짓기를 바랐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떠올리는 질문 역시 남이 원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길 원해 넣은 질문이다. 주변 사람에게 나의 좋은 점을 물으면 그 사람도 질문자의 장점을 한 번 더 떠올려 볼 수 있을 테고, 타인에게서 자신의 장점을 듣는 마음 역시 따뜻해질 거라 믿었다. 실제로 일주일에 걸쳐 질문지 미션을 마치고 나면 다들 뿌듯해했다.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렇게 모르는지 몰랐다고 의아해하기도 하고, 남편이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지 몰랐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이렇게 질문지 작성이 끝나면 주제 결정 타임. 질문지 답변을 끝냈기 때문에 주제 결정은 쉽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분명 질문지에 답변까지 끝냈는데 “이제 주제를 정할 시간이에요.” 하면 다들 다시 고민에 휩싸인다. 초반에는 나도 함께 고민했다. 차라리 내가 주제를 정해서 “그냥 이 주제로 쓰세요”하는 게 나을까 하고. 하지만 각자의 스토리를 오로지 나만의 힘으로 꺼내어 놓도록 돕고 싶은 마음에 기다리기로 했다. 회차가 지날수록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사라졌다. 분명 힘든 과정이지만 대부분이 멋지게 성공해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나에 대해서 떠올릴 때 기분 좋아지는 주제였으면 좋겠다고 권하기는 했지만 강제하지는 않았다. 지금이 딱 나의 부정적인 면을 돌아보고 싶은 순간일 수도 있으니까.     


주제 다음은 목차 정하기다. 목차 정하기 파트는 내가 글쓰기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다. 목차 덕분에 끝까지 쓸 수 있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면 내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목차잡기의 첫 기억은 보고서다.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는 보고서의 작은 조각을 나누어 받았다. 부서 전체가 투입될 만큼 중요한 보고서에 신입사원이 기여할 부분은 한두 페이지 정도. 직급과 역할에 따라 중요도를 나누어 부분 부분 나누어 가져서 작성했는데, 그게 가능했던 건 미리 잡아둔 뼈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 함께 모여 목차를 짜면서 전체 얼개를 공유한다. 그러고 나면 각자가 나누어 보고서를 작성해도 문제없다. 작성된 목차 간 수준 차이는 조금 있지만 마지막에 한번 다듬으면 될 일이다. 혼자 작성하는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전체 목차를 먼저 짜두어야 일관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글쓰기에 있어서도 목차가 중요하다는 건 책 쓰기를 하며 배웠다. 내 첫 책은 무려 4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아마 목차부터 짜지 않았다면 끝까지 해내기 힘들지 않았을까? 책을 써본 후에는 브런치에서 브런치 북을 만들 때도 목차부터 짠다. 책 쓰기 과정도 아니고 단지 몇 개의 글을 쓰는 프로젝트지만 목차 정하기를 강조한 건 그래서였다. 첫 프로젝트에서는 총 7개의 글을 썼다. 하나의 주제로 2주에 걸쳐 7개의 글을 쓰면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목차가 필수다.      


목차가 가진 또 하나의 능력은 지쳐도 쓸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꾸준히 글쓰기의 큰 장애물 중 하나가 글감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데 초반에 아직 에너지가 있을 때 목차를 정해두면 뒷심이 떨어질 때 도움이 된다. 오늘은 뭘 써야 할지에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목차를 잡을 때 고심하지 않았던가. 그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쓰게 된다.    

  

목차 정하기를 주요 마일스톤으로 두고 나니 목차 가이드가 중요한 요소가 되겠구나 싶었다. 나의 스토리를 기승전결 완성된 시리즈로 완성한다. 기승전결을 떠올리니 국어 시간이 많이 배웠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절로 떠올랐다. 그래서 그 다섯 단어를 써두고 한참을 쳐다봤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네이버에서 상세 내용까지 다시 찾아봤지만 내 스토리에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프로젝트 기획 과정에서 가장 시간을 길게 잡아먹은 게 목차 가이드 개발이었다.     


그러다가 <무기가 되는 스토리>에서 봤던 스토리 7단계가 떠올랐다.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스토리 법칙이지만, 사실 어느 스토리에나 적용할 수 있다. 실제 이 법칙은 극의 중요 요소에서 따온 것으로 보였다. 그러니 나의 스토리에 적용하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실제로 내 책 쓰기 스토리를 예로 들어 넣어봤는데 찰떡같이 맞아떨어졌다. ‘유레카’ 7단계 법칙을 열어두고 나찾기 글쓰기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1단계는 캐릭터다. ‘나찾기’에서는 나를 탐구하는 단계. 나의 캐릭터를 확실히 하되, 무엇을 원하는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왜’ 그것을 원하는지가 나온다. 2단계는 난관.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하지만 실제 행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한다. 왜일까? 다양한 난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건 실질적이고 눈에 보이는 난관일 수도 있지만 내 마음속의 두려움일 수도 있다. 3단계는 계기와의 만남. 실행하지 못하는 나를 일으켜준 계기에 대한 고찰이다. 그건 책에서 만난 한 줄일 수도 있고 친구의 한마디일 수도 있다. 4단계는 계획. 계기와 만났으니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을 터. 처음 마음먹었을 때 세웠던 계획에 대한 이야기다. 5단계는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게 순간. 이 단계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계획을 세웠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 이 단계도 가이드에 포함했다. 한 번 더 포기 대신 실행하게 했던 계기가 있다면 적어봐도 좋을 것 같아서. 6단계는, 과정 중의 어려움과 기쁨이다. 시작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결과까지 가는 동안 만나는 수많은 어려움과 기쁨이 있을 터. 그걸 회상해보는 단계다. 마지막 7단계는 결과. 성공과 실패 중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저 결과에 대해서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첫 프로젝트에서 글 7개를 쓰자고 했던 이유가 바로 가이드가 7단계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가이드의 7단계를 참고하되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계기가 없을 수도 있고, 과정 중의 어려움이 너무 많아 목차 세 개쯤은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목차 가이드를 나눈 후에도 여기저기에서 걱정이 터져 나온다. 그럴 때마다 이야기했다. 기승전결을 위해 나름의 스토리라인을 짜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이드하는 거지만, 너무 어렵다 느껴진다면 아무거나 목차만 채워와도 된다고. 사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강요가 아니니까. 목차 미션 마감날이 되면 멋진 목차들이 속속 도착한다. 신기한 건 그렇게 어려워하면서도 마감에 늦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거다. 어렵지만 몰입해서 목차를 짜내는 과정이 즐거웠다며 각양각색의 목차를 만들어 출발선에 선다. 전체 얼개를 짰으니 나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한번 끝낸 셈이다. 이제 글로 풀어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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