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는 쏘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냐 정 Apr 11. 2023

브런치가 출간으로 이어지는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그저 기록했을 뿐인데....

투고했으나 실패했고, 또 다른 출간제의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아래 글에도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jsrsoda/154


이번에는 그 출간제의 메일을 받은 이후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투고 메일에 대한 답변은 두 가지뿐이라고 생각했다. Yes or No!! 그런데 이번에 받은 메일은 조금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투고한 원고로는 출간하기 어렵겠지만, 다른 주제로 함께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 그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내 브런치 글 때문이라고 했다. 출판사 대표님이 그 글들을 읽어본 건 원고와 함께 보낸 출간기획서에 적은 나의 SNS 리스트 덕분이었다고 한다.


"출간 기획서에 나와있는 브런치에 들어가서 작가님이 쓴 글들을 읽어 봤어요. 글을 보니 아이들과의 일상이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으응? 솔직히 처음 메일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처음 책을 써보고 싶다 생각했을 때 생각했던 주제인데, 첫 출간을 하고 이리저리 둘러볼수록 왜 그 주제로는 책을 내기 어려울 거라고들 하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렜다. 해보고 싶은 이야기였다. 나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좋은 엄마가 되려고 애쓰지 않기 때문. 아이들만큼이나 내가 소중한 사람 이어서다. 나를 잃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네, 써보고 싶습니다." 회신했고 바로 대표님의 답장이 왔다. 아이들 방학을 앞둔 초여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대표님을 만났다. 대표님은 엄마로 사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이야기가 부족한 사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가 되면서 힘들었고 그걸 극복하는 이야기는 많은데 반대의 이야기는 적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내 브런치 글을 읽고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당장 만나자고 했는데 책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아직 없다고도 했다. "써 보실 수 있을까요?" 내게 의견을 물었다.


"저와 아이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여서인지, 제가 좋은 엄마일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하지만 사실 저는 아이들만큼이나 제가 중요한 엄마예요. 아이들을 살뜰히 살피는 엄마냐 하는 측면에서는 그리 좋은 엄마가 아니죠. 제가 만약 책을 쓴다면 아이들과의 행복한 일상만 담는 게 아니라, 제가 저를 소중히 여기고 도전했던 이야기도 담고 싶습니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엄마가 되어도 행복하다고 주장하거나 설득하고 싶진 않아요. 그건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다른 거니까요. 다만 엄마가 되고 내 직장을 그만두고서도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절대 생각하지 못했던 저라는 엄마가,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니 그 모습을 최대한 담백하게 담을게요. 제가 했던 고민들과 깨달음들도 그저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저는 누구를 가르칠 수 있는 깜냥은 안 되지만, 보여주는 것은 다양한 스토리를 전파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조금씩 배우고 성장해 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애정을 가지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저 육아만 하는 엄마로 살면서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내가, 이런 날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 자체가 성장의 시작이었다. 그 깨달음 덕분에 쉽게 단정하지 않고 결과를 알 수 없는 일에도 도전할 수 있는 내가 되었다. 정답이 있는 세상을 살다가 육아라는 정답 없는 세상에 진입하면서, 편협한 마음을 깨뜨릴 수 있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모양의 행복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런 깨달음이 그저 엄마의 삶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나와는 반대되는 상황에서 같은 깨달음을 적용할 수도 있을 거다. 내가 그걸 깨 나갔던 과정이, 누군가가 자신의 틀을 깨는 영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일단 집에 돌아가서 목차부터 잡아볼게요. 그래야 제가 책이 될만한 원고를 쓸 수 있을지 판단이 설 것 같아요."


집에 돌아와서 프롤로그를 쓰고 목차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나의 스승이 되어준 순간들과, 나 스스로 나를 깨면서 도전해 나갔던 이야기들로 한 꼭지 한 꼭지를 만들었다. 여전히 평범한 나의 이야기가 임팩트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평범한 나이기에 필요한 이야기가 될 거라 믿기로 했다. 유명한 이의 서사 대신 나의 서사에 가치를 부여해준 출판사와 대표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완성된 프롤로그와 목차를 보냈고 출간 계약부터 하자는 답변이 왔다. 그렇게, 두 번째 책 출간 계약이 이루어졌다.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그램 모두를 사용하고 있다. 그중 브런치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기는 용도로 쓴다. 사람들이 좋아할 이야기를 남긴다기보다, 기억하고 싶은 내 생각을 기록하고 싶을 때 브런치를 연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상적인 서사가 주를 이루기에 적은 조회수에도 만족했고, 오히려 적게 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적은 글이 또 하나의 기회가 되었다. 시작은 브런치의 글이지만, 새로운 이야기로 채워진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왔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8279702

교보문고 강남 평대 위의 내 두번째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