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고 수술하고,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엄마껌딱지가 되어버린 둘째. 엊그제는 자려고 누웠더니 뜬금없이 한마디 한다.
"엄마, 나는 사춘기가 돼도 어른이 되어도 친구는 안 사귀고 엄마랑만 놀 거야."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데, 친구를 안 사귀겠다니.
"응? 왜 친구를 안 사귀어?"
"나는 계속 엄마랑 놀고 싶으니까."
"아~~ 사춘기가 되면 엄마랑 안 놀고 친구랑만 논다는 얘기 때문에 그러는 거야?"
"응. 그래서 나는 아예 친구랑 안 놀려고. 혹시 내가 엄마랑 안 놀까 봐."
7살 아이에게는 엄마보다 친구가 좋아지는 세계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던 게다. 자기 마음에는 절대 엄마보다 친구가 좋아지는 게 가능할 것 같지 않은데 모두들 그렇다고 하니, 그런 세상이 올까 봐 두려워졌나 보다.
초 4인 첫째에게 물은 적이 있다. "너도 사춘기가 되면 엄마랑 안 놀고 친구랑만 놀고 그럴까?" 이 질문에 첫째는 "그건 나도 사춘기가 안 되어봐서 모르지."라고 대답했다. 이걸 내 책에도 썼었는데, 둘째에게는 이 질문 자체가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결심했던 거다.
'사춘기가 되어 엄마랑 안 노는 일을 막기 위해 난 처음부터 친구를 사귀지 않겠어.'라고....
이런 신박한 발상이라니.
'아들, 네 마음은 네 거야. 사춘기가 됐으니 친구랑만 놀아야 한다고 누가 강요하는 게 아니라고. 친구가 있어도 엄마랑 놀고 싶으면 그냥 엄마랑도 놀면 되는 거야. 근데 너..... 분명 그때 되면 친구가 더 좋아질걸?'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내심 그때도 엄마를 지금처럼 좋아해 줬으면 바라게 되는, 나는 아들 둘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