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 갈비가 갈비찜이 되었어요.
그래도 명절 연휴에는 하루 모여서 다 같이 음식을 하고 각자 집에 갔다가 설 당일 다시 모여서 명절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이번 명절은 따로 음식 하지 말자고 하시며 설 전날은 오지 말라는 시어머님. 사실 모여서 음식을 한다고 해도 시어머님의 지휘 아래 보조를 하는 게 전부였지만 아예 안 와도 된다고 하시니 너무나 감사한 마음. 덕분에 한참 바쁜 퇴고 작업을 좀 더 할 수 있었다.
장녀에 맏며느리셨던 우리 어머님은 언제나 손 크게 음식을 하신다. 이번 상에도 어김없이 고기가 올라왔다. 곧 여행이 있어 단출히 차리려고 우리도 안 불렀다시면서 차려주신 식탁은 또 푸짐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언제 시어머님같이 음식을 할 수 있게 될까. 전업주부가 아니라 전업맘이라고 주장하는 나라도 언젠가는 음식을 좀 할 줄 아는 날이 와야 할터인데.......
그렇게 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머님이 음식을 싸주셨다. 가볍게 하셨다는 LA갈비도 그 안에 있었다. 사실 나라면 싸주신 갈비를 그대로 다시 데워먹었을 텐데 아직 연휴가 남아 여유로운 남편은 갈비를 어떻게 먹을까 연구를 시작한다. 언제나 남편은 나보다 요리를 더 잘하는 걸 보면 어머님의 요리실력을 우리 남편이 그대로 물려받았나 싶기도 하다. 우리 엄마도 아기자기한 요리를 참 잘하시는 편인데 나도 물려받은 게 좀 있으려나.....
연구 끝에 다음날 남편이 만들어낸 갈비찜. 아무래도 엘에이 갈비는 아이들이 먹기에 좀 질긴 부분이 있어서 찜을 만들기로 했단다. 검색해보면 홈쇼핑에서 산 맛없는 갈비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많이 나온다고. 레시피는 사실 간단했다. 해볼 생각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랄까.
(사실 아까 글을 올리자마자 남편의 카톡이 왔다. 뜬금없이 레시피 상세 설명. 그래서 이 글도 업데이트해본다. 친절한 남편님) 일단 집에 있는 무를 깔고 그 위에 고기와 당근, 양파를 넣고, 친정엄마가 보내주신 양파즙 두 개에 배즙 1개 넣고 푹푹 삶아 졸이기. 감자도 넣으면 좋지만 집에 없어서 패스. 한참 끓여서 조린 후에 당면과 버섯 넣고 좀 더 끓여 완성.
이렇게 만들었더니 아이들 반찬으로는 조금 짠 감이 있었던 갈비맛이 좀 심심해져서 저염식 러버인 내 입에도 딱 맞는다. 야채가 잔뜩 들어가서 고기 건져먹고 남은 국물에는 밥을 비벼먹어도 딱. 지금까지 명절 후 싸온 음식들 중에 제일 맛있게 먹은 듯. 야채와 국물이 조금 남았는데 버리긴 아까워서 밥 비벼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뒀다. 더 늦기 전에 오늘은 꺼내서 밥을 비벼먹어야겠다.
설이 지나고 바람인 줄 알았던 우한 폐렴이 태풍이 되어 휘몰아치고 있는 요즘. 설에 시어머님이 싸주신 반찬들이 새삼 더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