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이들을 위해 딸기, 바나나, 우유를 갈아 딸기 바나나우유를 만들었다. 딸기와 바나나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조합. 아이들도 당연히 좋아하겠지 생각하고 내밀었는데 이것보다 그냥 딸기가 더 좋단다. "음. 그래? 그럼 이건 그냥 엄마가 먹지 뭐." 그러고는 나의 최애 컵에 딸기 바나나 우유를 따라본다. 예쁜 핑크빛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딸기와 바나나를 갈아놓은 음료를 좋아한다. 그게 내 취향인가 보다 하다가 어쩌면 이것은 추억의 맛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인스타에 간단히 올렸더니 딸바의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그 시절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을 살았지만 지금 우리는 딸바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며 반가워했다. 어쩌면 딸바는 정말 추억의 맛인지도 모른다.
회사 다닐 때 회사 1층 로비의 카페의 인기 메뉴는 딸기 바나나 주스였다. 우리는 아무도 그 메뉴를 딸기 바나나 주스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냥 '딸바'. 짧고 부르기 좋은 그 이름. 딸바. 커피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메뉴였다.
하지만 딸바가 내게 추억인 이유는 그저 많이 마셨기 때문은 아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머리가 서버렸을 때, 상사의 압박에 어디라도 도망가고 싶을 때, 상사 눈치 봐가며 10분, 20분 숨을 돌렸던 곳이 그 카페테리아였기 때문이다. 그때 손에 들었던 것이 바로 그 딸바이기 때문이다. 그럴 땐 혼자인 날보다 나를 토닥토닥해주는 누군가와 함께인 날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때 그 시간을 함께해주었던 사람들이 그립다.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채워가고 있는 멋진 사람들. 선배들, 동기들, 후배들... 그때 눈치 보며 함께 수다 떨고 공감하고 위로하고 깔깔거리던 시간이 또 하루를 버티고 스트레스를 이기게 해 주었던 기억. 그들도 가끔 생각할까. 그때 그 시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