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 백서 7편
"대표님, 삼*전자에서 연락 왔어요."
직원이 황급히 달려왔다.
나는 커피를 쏟을 뻔했다. 삼*전자라니.
우리 같은 작은 스타트업에게?
"우리 홈페이지에 있는 Y사 레퍼런스 보고 연락했대요."
8개월 전,
작은 회사 하나를 공들여 성공시킨 그 레퍼런스가 모든 걸 바꾸고 있었다.
시작: 아무도 우리를 몰랐다
2년 전, 우리는 B2B SaaS 스타트업이었다. 제조업체를 위한 생산 관리 솔루션.
팀은 3명, 사무실은 공유오피스 한 칸.
제품은 정말 좋았다.
6개월 개발한 MVP는
경쟁사보다 UI도 깔끔하고 기능도 많았다.
"이거 대박 나겠는데?" 확신에 차서 영업을 시작했다.
1주차,
30개 회사 이메일 발송. 답장 0개.
2주차,
50개 회사 전화.
미팅 1건 성사했지만 문전박대.
"우리는 지금 쓰는 거 있어서요."
한 달이 지나도 고객 0명.
제품이 나쁜 건 아니었다.
데모를 본 사람들은 다 "좋네요"라고 했다.
하지만 계약은 안 했다.
2개월째,
드디어 이유를 알았다.
한 잠재 고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품은 좋아 보여요. 근데 믿음이 안 가요.
다른 회사는 쓰나요?
레퍼런스 있어요?"
레퍼런스. 우리에게 없는 유일한 것.
B2B 고객은 모험가가 아니다. 담당자는 자기 돈이 아니라 회사 돈을 쓴다. 잘못 선택하면 책임을 진다. 그래서 검증된 것을 선택한다. "IBM을 선택해서 망해도 내 탓이 아니다." 유명한 말이다.
우리는 IBM이 아니었다. 아무도 모르는 스타트업에 레퍼런스도 없었다.
공동창업자와 밤새 회의했다. "레퍼런스가 없는데 고객을 어떻게 만들어? 고객이 없는데 레퍼런스를 어떻게 만들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3시간 토론 끝에 결론을 냈다.
"첫 고객 한 명만이라도 미친 듯이 성공시키자.
무료로라도."
전략: 첫 번째 고객을 황제처럼
우리는 조건을 세웠다. 우리 솔루션이 정말 도움이 될 만한 회사, 규모는 작아도 괜찮고, 담당자가 적극적이고, 성과 측정이 명확한 곳. 가격은 6개월 무료, 조건은 성과 측정 협조와 성공 시 케이스 스터디 허락.
100개 회사에 제안했고 10개가 관심을 보였다. 그 중 가장 적극적인 한 곳을 골랐다. 'Y사', 자동차 부품 제조사, 직원 30명. 작은 회사였다. 담당자 김실장은 40대 중반, 생산 관리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대표님, 진짜 우리 생산성 올릴 수 있어요? 그럼 무료 아니어도 해요." "네. 올릴 수 있습니다. 6개월만 같이 해봐요."
2020년 3월, 우리의 첫 고객이 탄생했다.
실행: 한 고객에게 올인
우리 팀 3명 중 2명이 Y사에 거의 상주했다.
매주 3일은 Y사에 가서 일했다.
1개월차,
현장에서 직원 한 명 한 명 교육했다. 문제가 생기면 1시간 내 해결. 새벽이든 주말이든 카톡하면 5분 안에 답했다.
2개월차,
Y사만을 위한 기능을 만들었다. "우리는 이렇게 일해요. 시스템이 안 맞네요" 하면 "이번 주에 맞춰드릴게요" 했다. 다른 회사는 안 쓸 기능도 만들었다. Y사가 원하면 뭐든 했다.
3개월차,
매주 데이터를 뽑아 분석했다. "이번 주 생산량 지난주보다 12% 증가" "불량률 8% 감소" 숫자로 보여줬다. 김실장은 이걸 사장님께 보고했다.
5개월차, 성과를 측정했다. 생산 계획 수립 시간 하루 4시간에서 40분으로(83% 감소), 재고 오차율 15%에서 3%로(80% 개선), 긴급 발주 월 12건에서 2건으로(83% 감소). 전체 생산성 도입 전 대비 289% 향상.
6개월차,
김실장과 케이스 스터디를 작성했다. 사진 찍고 인터뷰하고 숫자 정리했다. Y사 사장님께 허락받았다. "괜찮아요. 우리도 좋은 거 썼다고 자랑하고 싶어요."
20페이지짜리 케이스 스터디가 완성됐다. "30인 제조사 Y사, 생산 관리 솔루션 도입 6개월 만에 생산성 289% 향상"
결과: 레퍼런스가 만든 변화
케이스 스터디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영업 이메일에 첨부하고 미팅 때마다 보여줬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레퍼런스 전에는 "실제로 쓰는 데가 있나요?" 물으면 답이 없었다. 미팅 성사율 5%, 계약 전환율 0%.
레퍼런스 후에는 "오, Y사 사례 봤어요. 우리도 비슷한데 될까요?" 미팅 성사율 40%, 계약 전환율 15%.
6개월 후 고객 1명에서 8명으로, 월 매출 0원에서 2,400만원으로. 1년 후 고객 35명, 월 매출 1억 2천만원, 시드 투자 15억 유치. 그리고 지금 2년 후, 삼**전자에서 연락이 왔다.
왜 작은 성공이 중요한가
Y사는 작은 회사였다. 직원 30명, 연 매출 50억, 우리 연 계약금 600만원. 만약 "작은 회사는 패스, 대기업만"이라고 했다면 2년이 지나도 고객 0명이었을 것이다.
작은 성공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증명이 생긴다. "좋아요"는 주장이지만 "289% 향상"은 증거다. 학습이 생긴다. 6개월 일하면서 제조업을 배우고 고객 언어를 익혔다. 자신감이 생긴다. "팔릴까?"에서 "효과 있어!"로 바뀌었다.
그리고 네트워크가 생긴다. 김실장은 우리 팬이 됐고 동종 업계에 추천했다. "진짜 좋아, 너네도 써봐" 그렇게 고객 3명이 더 왔다. 스토리가 생긴다. "289% 향상"은 강력했다. 언론도 관심 가졌다.
어떻게 첫 레퍼런스를 만들까
지금 레퍼런스 없이 고전한다면 이렇게 해보라.
완벽한 첫 고객 찾기 문제가 명확하고, 측정 가능하고, 담당자가 적극적이고, 규모가 적당하고, 소통이 원활한 곳. 작은 회사도 괜찮다. 오히려 의사결정 빠르고 효과가 확 드러난다.
파격 조건 제시 "우리가 첫 고객이라 경험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솔직하게 말하고 조건 제시. 6개월 무료, 전담 지원, 맞춤 기능 개발. 조건은 성과 측정 협조와 레퍼런스 허락. "배팅하면 손해 안 본다"는 확신을 줘라.
올인하기 팀의 50% 이상을 첫 고객에게 쏟아라. 다른 영업 멈춰도 괜찮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첫 성공 사례다. 주 3회 현장 방문, 1시간 내 응답, 월 1회 성과 리포트, 필요 기능 2주 내 개발.
숫자로 측정 "좋아졌어요"는 레퍼런스가 아니다. "32% 개선"이 레퍼런스다. 도입 전 데이터를 반드시 확보하라. 시간 절감, 비용 절감, 품질 개선, 매출 증가를 매주 트래킹하고 그래프로 만들어라.
스토리 만들기 Before(문제), Solution(적용 방법), After(결과), Testimonial(고객 말). 사진과 그래프 넣고 PDF로 만들고 홈페이지에 올려라. 그리고 모든 곳에 활용하라. 영업 이메일, 미팅 자료, SNS, 언론 보도.
마지막으로
Y사는 연 계약금 600만원짜리 작은 고객이었다. 하지만 그 하나가 우리를 연 매출 15억 회사로 만들었다.
당신에게도 Y사가 필요하다. 찾아라. 그리고 미친 듯이 성공시켜라. 작은 성공 하나가 모든 걸 바꾼다.
하나의 완벽한 성공이 어중간한 성공 열 개보다 낫다.
그 하나가 당신의 스타트업을 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