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5] 자습성가 앱 서비스 제작기 1
정말 예상치 못하게 앱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난 2년간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했지만 지금 우리의 리소스로는 어떻게 저떻게 만들더라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헤맸던 시간이 길어서였는지 결정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목표가 생기니 해야 할 일이 눈에 보였고, 정말 빠르게 우선순위를 결정하면서 모든 문제를 쳐내기 시작했다.
앱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목표 설정이었다. 우리 팀이 목표로 한 것은 2가지였다.
1. 정말 최소한의 기능으로
2. 빠르게 배포한다.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면서 아무리 가볍게 만들려고 해도 양방향의 고객에게 필요한 것들의 경우의 수를 따지다 보면 자꾸만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장에 고객들이 쓸지 안 쓸지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유지 보수 부분까지 같이 고려를 하다 보니깐 자연스레 개발 범위가 점점 넓어지곤 했었다.
그래서 이번엔 정말 정말 "최소한의 기능으로 최대한 빠르게"를 최고의 목표로 삼았다. 목표를 설정한 후 두 번째 스탭은 지난 3년 동안의 커뮤니티 및 모임 플랫폼을 운영하며 쌓였던 고객들의 문제를 취합하는 것이었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고객들에게 듣고, 느꼈던 정보들을 최대한 날 것 그대로 꺼내서 추려내는 과정을 거쳤다.
데이터 취합 후 우리가 생각한
핵심 기능 및 차별화 요소는 총 3가지였다.
1. 함께 하는 느낌을 줄 것
2. 습관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 수 있게 할 것
3. 귀엽고 친근한 톤앤매너를 갖출 것
최소 기능을 정의했으니 이제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획과 개발은 공동 창업자인 우리가 직접 가능할 것 같았지만, 디자인은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디자인도 정말 짜내서 한다면 직접 할 수 있겠지만 시간 대비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영역이기도 했고, 요즘은 사용자들의 눈이 너무 높아졌기에 아무리 가볍게 만든 앱이라고 해도 디자인이 엉성하면 아예 사용을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개발 파트도 가능한 상황은 아니었으나 풀스택 개발 경험이 있는 민호에게 어떻게든 네가 앱 개발 맡아 줘야 한다고 선언해 버렸다. 너라면 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말을 덧붙이며) 다행히 리브랜딩을 도와주고 있던 친구가 앱 디자인까지 함께해 주기로 해서 비교적 수월하게 팀 구성이 완료되었다.
팀 구성이 완료된 후 우리는 바로 앱 기획을 시작했다. 지독한 J의 성향을 가진 나는 웬만한 투두나 습관 관련 앱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었고, 앱뿐만 아니라 다수의 다이어리와 제품을 사용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기획의 핵심 뼈대를 세우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 차별화의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라고 판단했던 요소. "대시보드"라고 불리는 영역이다. 친구들이 완료한 습관을 메인 화면에서 고정적으로 노출하는 형태이다. 기존의 서비스들 중에서도 타인의 습관 내역을 보러 갈 수 있는 것들이 있지만, 보통은 팔로우를 하거나 탭바를 통해 이동을 해야지만 볼 수 있는 형태였다. 메인 화면에는 내 습관과 내 달력이 주를 이루는 반면, 자습성가는 메인 화면에서 친구들의 활동 내역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기획했다. 모임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많은 고객들이 "강제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해요.", "혼자서는 잘 안 하게 돼서 느슨한 감시자가 필요해요."라고 했던 말에 착안한 기획이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습관을 만들어 가는 이들의 모습을 가장 먼저 보여줬을 때,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 이건 내가 사용자로서 다양한 서비스를 쓸 때 느꼈던 페인 포인트이기도 한 부분이었다. 사용자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좋게 말하면 정교한, 나쁘게 말하면 복잡한 서비스들을 많이 경험했다. 평이 좋아서 다운 받았는데 습관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이미 지쳐버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습관을 만드는 것 자체가 많은 에너지와 열정이 필요한데, 만들기도 전부터 고민하고 계획하는 일에 시간을 쓰게 하지 말자는 것이 우리의 핵심이었다. 최대한 직관적이고, 가볍게 시작할 수 있게 도울 것.
: 서비스를 꾸준히 키워나가려면 우리가 잘 하는 일을 정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임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피드백이 따뜻하다, 포근하다, 캠프파이어를 하는 것처럼 친근하다, 은은하지만 꺼지지 않는 불빛 같다(여담이지만 이런 피드백들이 서비스 메인 컬러를 주황색으로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였다. 그만큼 우리 팀이 잘하고, 추구하는 가치가 친근하고 따뜻한 친구 같은 이미지였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느낌으로 습관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과 함께 하하호호 웃으며 따스하게 오래 유지되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캐릭터를 만들어 친근감을 주고, 반말체의 친근한 UX 라이팅을 기본 톤앤매너로 설정하게 되었다.
빠르게 결정하고, 기획에 착수한 앱 서비스 기획.
당초 목표는 2주 안에 서비스 배포를 완료하고 심사를 받는 것이었는데, 과연.. 계획대로 진행됐을까?
투비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