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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태경 Apr 09. 2022

달달 honey 좋다


목련꽃 지는 거리에, 벚꽃이 하얗게 흐드러졌다.


떨어져 밟혀 짓이겨진 목련꽃잎때문인지 뭉클한 꽃향기가 진동을 한다.


문을 열고 나서면 지천이 꽃이다. 눈꽃과도 같은 뽀얀 벚꽃.


제법 푸근해진 바람은 시간을 나른하게 만든다.

생각마저 봄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쉼 없이 피었다 진다. 꽃이 진 자리에 새살이 돋듯 열매가 맺을 것이다.

‘사람의 삶도 그러하다.’라고 흔히들 말한다.

각자 삶의 색깔이 다른 것처럼 그려진 그림도 다를 것이다.

환하니 생동감 넘치는 그림. 따스하고 온화한 그림. 칙칙하고 어두운 그림. 절규로 흐느끼는 암울한 그림. 샤방샤방 사랑스러운 그림.

색에 따라 그림도 달라지니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지 않겠는가.

꽃이 진다고 다 튼실하고 실한 열매만 열리지는 않는다.




근처에 열리는 5일장이 서는 날이면 단골 과일집에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딸기 3박스를 들인다.

매주 만나는 기타 멤버들을 위한 스페셜 음료를 만들기 위한 날에는 6박스를 사들고 . 그런 날이면 친구들에게도 맛 봬 주고, 매번 넘쳐나게 덤을 주시는 단골집 사장님도 드리다 보니, 장이 서는 날이면 집안이 온통 딸기 단내로 달달하다.

딸기도 한철이니 이도 얼마 남지 않은 그리운 단내가 될 것이다.


씻은 딸기를 큰 볼에 넣고 손으로(당근 일회용 장갑을 꼈죠. 위생이 필수 잖유^^) 조물조물 주물러 으깬다. 갈면 쉽겠지만 손으로 으깨야 보드랍게 씹히는 딸기를 느낄 수 있다. 으깬 딸기에 자일로스 설탕(몸에 흡수를 줄여준다고 하니 쓰기는 하는데 심리적인 사용감으로 쓰게 된다. 단맛을 그리 선호하지 않아 설탕을 빼거나 조금만 넣어 만들어 봤는데, 결론은 맛이 읍따)을 맛을 봐가며 가감한다. 어차피 오래가지도 않아 바닥날게 뻔하니 상할 걱정 없이 적당히 달기만 하면 된다.

딸기향 풍성하고 달달하니 참으로 행복해지는 음료가 된다.

덕분에 당이 과하게 온몸에 충만해질 것임이 확실하다. 허리에 차고 있던 튜브 사이즈를 바꿔야 할 판이다. 대짜리 튜브는 출렁출렁, 그런 뱃살을 보고 있노라니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 속만 타면 뭐 하겠노. 맛난 거만 보면 폭주 기관차가 돼버리니, 손을 묶어 놓든지 해야 될 판이다.

평소에 탄산음료나 군것질을 좋아하지는 않으니 양심도 쬐끔은 양보를 해줘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될랑가.




얼마 전에 한 백내장 수술 후 정기검사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새롭게 알게 된 병명, 후발성 백내장.

백내장 수술 회복기려니 생각했던 불편함이 후발성 백내장이란다. 수술 후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고 하는데, '첩첩산중'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그랴,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도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지 않은가.

확진과 함께 당일 바로 수술해버리자 하신다.

인생 잔뜩 꼬인 거 생각하면 ㅋ이런 일은 일사불란하게 잘도 진행된다.

동공확장(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동공을 확장시켜야 한다)이 잘되지 않아 간호사가 수시로 안약 넣고, 플래시로 눈 시리게 확인하고, 다시 안약 넣으며(사람에 따라 동공이 확장되는 시간이 다르다. 그렇다고 한 시간을 넘기지는 않았을 텐데, 기약 없는 기다림은 애가 타고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 병원 대기실 소파에 널브러져 맘을 다잡는다.


자질구레하게 아픈 사람이 오래 산다 하지 않았는가. 명줄이 길면 하고 싶은 게 많으니 다 하고 살면 되겠네.


어제 그 난리를 치르고  왔으니 오늘 컨디션은 꽝이다.

가만히 있는 성격이 못 되는지라 뭐든 해야겠는데 오늘은 자중을 해야 한다.

꿀꿀한 기분을 달래야 한다.


딸기 퓨레 가득 찬 용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냉장고에 엊그제 만들어 놓은 딸기 퓨레가 위안이 되어 준다.


유리잔(용기가 투명해야 분리된 빨갛고 하얀 층이 예쁘다)에 딸기 퓨레를 넣고, 잔을 비스듬히 뉘어서 유리잔벽을 타고 조심스럽게 우유를 넣는다.

결국엔 섞어 마셔야 할 거를 섞이지 않게 조심스럽게 우유를 넣는 걸 보고, 대충 섞어서 먹음 되지 않냐고 한다.

아니~ 아니 되오니다. 폼생폼사.

먹는다는 것은 눈으로 즐기고, 향으로 느끼며, 마지막 입을 통해 풍미를 느끼는 것이 음식이다. 단순한 음료 하나라도 정성이 들어가면, 먹는 행복이 두 배가 되기에 데코레이션은 중한 것이다.



휘이~ 다독이는 맘을 녹여내듯 젓는다. 두 가지의 용액이 섞이어 본연의 색을 잊었다.

복잡한 생각들도 시간의 흐름 속에 잊혀지고 희미해지겠지.


사랑스러운 핑크빛 음료를 한 모금 힘 있게 빨아올린다.

꿀꺽~ 삼키고, 큰 숨을 내쉬어 본다. 입안에서 달달허니 보드라운 딸기가 씹힌다.

그래 세상 뭐 있나?

지금 상황이 안 좋다 해도, 잠시가 되어 버릴지는 몰라도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않은가.


그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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