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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태경 Dec 13. 2022

좀 안자

[멜로가 체질]이 나를 실실거리게 한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냥 웃어야 하는 거다


불운이 넝쿨째 굴러들어 온다

한 덩이… 좋은 날 있을 거야

두 덩이… 그래 나이를 괜히 먹었누. 잘 헤쳐나가야 하는 거다

세 덩이… 이제 좀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썩은 넝쿨이어서 중간에 끊기기라도 하지, 줄줄이 호박이다

아이쿠야~ 크기가 갈수록 커진다(나이 들어 쪼그라드는 가슴이나 커질 일이지)

에고 지고 가슴 친들, 뒤통수치며 터진 일이

울고 불고 난리를 친다고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진즉에 터득한 나이라 기운부터 빠진다

누구든 한숨 쉬는 꼬라지는 꼴뵈기 싫으니 나라고 이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그냥 웃을 수밖에

하하하하핳……


미친 눔처럼 헛웃음만 웃다. 잠들 시간을 놓쳤다

베개만 구깃구깃 몰매를 맞는다


그러다 문득


그래

그나마 건졌잖아(남들에겐 껌값이겠지만 다 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래

걸을 수는 있잖아(얼마 전 허리 수술로 나사를 6개나 달고, 밤마다 천장에서 오토바이를 탄다)


그래

숨 쉴 수 있게 됐잖아(오랜 족쇄에서 풀려 자유를 찾았잖아)


부르릉~ 천장을 헤집고 달리던 바이크 엔진 소리를 털어버리려고, 침대 끝으로 머리 두는 자리를 바꿔본다


아니지

내겐 힘들 때마다 험한 산길에서 만나는 산삼 같은 이들이 있었지 않은가

인덕(人德)이 어디야


사람은 변한다

꿀 떨어지기만 하던 존재도 어느 순간 소원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하물며 산삼도 약발이 떨어지는 때가 오는데 사람이야 불변 앞에 약한 존재 아닌가

그 사람이 변해 내게 비수를 꽂을지언정(내가 그러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어릴 적? 죽자 사자 치근덕 거리던 남자 친구에게 찬바람 칼날같이 냉정했으니, 이미 때는 늦었으나 미안하오. 슬그머니 손잡혀 줬더라면 내 팔자가 바뀌었을지도ㅎㅎㅎ)

아버지를 일찍 여읜 것을 시작으로 불운을 운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덕이라는 큰 복을 타고났다

오늘의 잡생각은 인덕이라는 훈훈함으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넝쿨째 굴러온 호박? 덩어리가 됐든, 그래그래 하며 불운을 낙천성으로 포장을 해가며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도 이제 그만

오늘은 포화상태다


젖은 빨래 쥐어짜듯 비틀던 몸을 일으킨다

뭐든 어거지로 한다는 건 힘들다

잠들기를 포기한다

언젠가 지치면 자겠지


보다 말은 ‘멜로가 체질’(넷플릭스 드라마. 8화를 볼 차례인데 손석구는 언제 나오는겨. 그가 나온다기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 입꼬리 올리며 짓는 아주 건방진 눈웃음을 보면, 잠시나마 헤벌쭉 바보 같은 웃음을 흘릴 수 있으리라)이나 봐야겠다


하상욱 시인이 그랬다


안 자면 이리 와

좀 안자


어디 손석구 같은 님? 이시어

꿈에라도 나타나 날 안아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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