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
인생후배에게 배우다
삶을 뒤돌아봤을 때
내가 안고 있는 문제점 중 제거해야 할 폭탄이 ‘회피’ 지뢰다.
평소에는 매설되어 있다 보니 인지를 하지 못한다.
일상생활에서는 불편함이 없다.
다만, 마찰이 일어나서 문제가 야기되었을 시에는 폭탄이 터지면서 최대약점으로 드러난다.
모든 문제를 그리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작업을 할 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ㅋ핏불 테리어(투사견)가 된다.
일만 잘한다ㅠㅠ 돈을 잘 못 받는다. 대금을 줄 때만 사정이 어려워지나 보다.
악착같이 선을 그어 처리하지 못하는 내게도 문제점은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지렁이과가 된다.
좋은 관계였던 사람과의 불씨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내가 좀 손해를 보면 되는 것을…
꿈틀~
참고 넘어가면 될 것을…
꿈틀~
손실이 클 거라는 것이 자명함에도 시끄러워지고, 맘 상하고, 싫은 소리를 한다는 게 어렵다.
살아보니 알지 않는가
내 눈만 질끈 감고 넘어간다고 하여 결과가 좋았던 적은 흔치 않다.
다툼으로 원치 않는 일이 생기거나, 다행히 좋은 쪽으로 일이 잘 풀릴 수도 있을 텐데, 개선보다는 포기하고 회피하기로 끝을 맺는다.
'불 보듯 뻔하다는 말'
인생 살아보니 내게는 득이 되지 않는 말이다.
딸아이가 분명 손해 보는 일을 감행하려 하길래
"그건 아닌 거 같다. 자멸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나는 잔소리가 아니라 생각하지만 분명 듣기 싫은 잔소리다.
어쩌겠나 내 자식 다치는 게 싫은 거다.
"나도 알아. 다칠지도 모른다는 걸, 엄마가 왜 걱정하는지도. 그럼에도 난 해볼 거야. 데이고 나면 뭐든 되어있겠지."
나이 든 에미의 초라함에 뼈 때리는 소리를 한다.
맞다.
부모님이 내게 물려준 많은 재능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잔재주로만 남게 한 최대 문제점도, 두드리다 볼짱 다 본 것이리라.
할 줄 아는 게 한 가지라면 죽자 사자 매달렸을 텐데, ‘열 가지 재주 가진 놈이 굶어 죽는다’는 옛말이 얼추 맞나 보다.
생각이 많다는 건 장점도 되겠지만, 단점도 크다.
넘어야 할 큰 산 앞에서
길도 없이 험해 보이는데…
오늘 안에 넘을 수 있으려나…
올라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네…
혼자 넘다가 짐승들이라도 만나면 어떡하지?
힘들게 넘었는데 원하는 곳이 아니면 어쩌지??
아니었다면 저 산을 다시 넘어와야 할 텐데…
발밑 땅만 콕콕 찍어대며 주저하다가 산 넘기를 포기했다.
산을 선회해서라도 나아갔더라면, 그 길에서 다른 세상을 만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
딸아~~~
나아가 보렴
무릎을 탁~
머리로 띵~
맘으로 쩡~
인생후배한테 한 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