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이 무너지는 시간

by 최태경

찻잔을 선물 받았다


다른 찻잔과는 크기로도 확연히 튄다

가끔 들려

차를 마시고

실내 가득 풍성한 화초

너른 창으로 하늘과 나무와 지나는 행인들이 내다보이는 찻집

이른 은퇴를 하고 염원하던 카페에서 차를 담아내는 사장님이 주신 선물이다

처음 본 순간부터 맘에 쏙 드는 녀석

생긴 게 날 닮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넓고 후덕한 게 똑 닮았다

군데군데 순금 땡땡이가 고급지게 앉아있다


차를 우린다

점점 더… 진해지는 차

우려진 찻물에 담긴 땡글이

무념무상 땡멍


나이를 먹는다는 것과 차가 우려진다는 것 ???

음악을 끈다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잠시……


중력이 무너진다


내가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찻물에 잠긴 땡땡이가 나를 보고 있다

그윽한 향이 날 선 미간에 닿는다

온기가 도는 찻잔을 들어 올린다


안도를 마신다

위로를 마신다

차를 마신다


어깻죽지가 편안히 제자리를 찾는다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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