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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태경 Oct 21. 2023

금강4교에 서다

아버지의 기일을 앞두고

강물은 퍼렇게 흐른다

잔뜩 멍울을 안고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들의 시간들을 거쳐

내게로 흐르고 있다


이 자리에 오면

속이 술렁거린다

상처를 안고 오는 날엔

품어주고

위안이 되어주고

재생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오래된 사진첩에 남아 있는 가족사진


살아생전 급한 성품

가시는 길도 급하셨다

달갑게 속있는 얘기도 못해봤는데


어깨에 짊어진 대가족 식솔

유일한 다섯 식구만의

금강유원지 아버지 계모임 나들이


물가 자갈밭 위에 광목차광막이 바람에 너풀거리고

구수한 백숙 냄새가 커다란 솥에서 부글거리고

어른들의 술잔은 왁자지껄 삶의 고뇌를 털어내고

저 물줄기에서는 아이들이 첨부덩 거렸더랬지


금강 향수길

눈감고

사부작사부작 그날의 냄새를 더듬어 봅니다


.

.

.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물가 그 자리
가을이 스며드는 강. 추억과 함께 사부작사부작 기억을 거슬러 산책을 한다.(금강4교 위)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핀 보랏빛 향유와 노란 수술이 두드러진 하얀 구절초를 꺾어, 지난 시간들에게 선물을 한다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https://youtu.be/IwZtD0XB7JQ?si=EIZDfRtlT_vi6N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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