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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태경 Feb 19. 2024

따스해지는 중

봄의 정령을 깨우는지 안개비가 내린다.

이 정도는 괜찮아, 하면서 우산 없이 근처 카페로 나섰다. 맘먹고 읽어야 할 책이 있어서이다.

걸을 때는 모자를 써서 몰랐는데, 카페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는 몸이 축축해져 있었다.

싫지 않다.

어릴 적에는 가끔 비를 맞고 다녔었는데, 호되게 감기몸살을 앓고 나서는 안 하게 되었다.


연인의 볼을 쓸어내리듯 커피잔의 온기를 손등으로 느껴본다.

따스하다.

차가운 바깥공기에 얼었던 손에 전해지는 따스함이, 작은 행복을 느끼게 해 준다.

카페라떼.

이렇게 글자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지는 것이 있다.

겨울 아궁이에 벌겋게 불을 지피면 녹아내릴 듯 뜨겁던 외갓집아랫목처럼 말이다.

그중 강력한 게 사랑이라는 단어가 아닐지.

사랑은 양면적이다. 달콤하지만 독이 되어 해를 입히기도 한다.

사랑은 일방적이면 안된다. 쌍방이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기다림으로 자신의 맘을 돌보지 않으면 결국은 상처만 남게 된다.

우선 내가 단단해져야 남과의 교류도 단단해질 것이다.

사랑은 받아 본 사람이 남도 사랑할 줄 안다.

맘먹고 하려니 어색했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다.

‘웃는 니가 젤루 이뽀‘

‘바람아 사랑해’

‘잘할 거를 의심하지 마. 잘 될 거야’

‘너무 애쓰지 마’


일기장.

메모지에 부적처럼 써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기.

지치고 힘들 때 머리를 쓰담쓰담.

누구에게가 아닌 나에게 따스한 사람이고 싶다.


바람(나의 닉네임. 설레게 하는 단어)이는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따스해지고 있다.


—- 책 읽고자 맘먹고 나왔다가 카페라떼의 따스함에 삼천포로 빠져 주저리주저리 키보드 자판이랑 수다 중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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