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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태경 May 08. 2024

꼬리가 나오려고 근질거린다

살면서 사람에 대한 크고 작은 배신들이 트릴레마가 되면, 새로운 상황들이 주어졌을 때 맞서 부딪혀 보기도 전에 겁을 먹고 나아가기를 주저한다.

눈앞의 두려움은 잘할 수 있는 일임에도, 스스로를 도태시켜 틀 안에 가둬버린다.

진격하고자 하는 마음과는 달리, 실패라는 불안하고 불확실한 맘이 공존하니 성과는 없고 욕구불만만 쌓이게 되면서 만족스러운 삶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성공의 차이는, 속을 알 수 없는 안갯속을 향해 뛰어드냐 아니냐 차이일 수 있다.




일단 시작되면 실타래처럼 꼬인 일이라 할지라도, 쉽게 포기하거나 놓지 않는다.

다만 큰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우려가 앞서니 성취하는 결과물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뭐든 잘 만들고 따라 익히니 칭찬에 우쭐~하긴 했어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내게는 어렵지 않은 일(듣기에 따라 재수 없는 말이 되겠지만ㅜㅜ)이기 때문이다.

일명 뻘짓.

아무런 쓸모가 없이 헛되게 하는 짓을 이르는 말이다.

작업물을 팔아라.

공방을 해라.

원데이클래스라도 해라.

식당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

그런 와중에 다양한 작업을 한다는 걸 알고 주문이 들어온다.

한량노릇이나 할 판인데 그나마 돈냄새라도 맡을 수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그 외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들은 선물을 하기도 하나, 대부분 달팽이마냥 이고 지고 산다.

당장 팔 것도 아니면서 만들고 있으니 뻘짓 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 뻘짓을 맘껏 풀어낼 수 있는 공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삶의 지표처럼 일생 꿈꾸게 만든다.

끊임없이 솟아나는 아이디어로 머릿속이 과부하가 걸리고 자려고 누웠다가도 만들고 싶어 근질거리니, 날 새는 게 일쑤다.

몸이 주인을 잘못 만나 혹사를 당하니 반란을 하는지 수술에, 무리한 일에는 보호대, 가끔은 약으로 임시변통을 해야 하는데도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

이것도 팔자려니 한다.

바꿀 수 없으면  다스리고 어르며 써먹어야, 사는 동안 뽕뽑아 써먹겠지.ㅎ


핑곗거리가 차고 넘치던 과거.

삶에서 난 늘 뒷전이었다.

나만을 위한 욕구는 매운 죽비로 내리치며 다스려야 했다.

덕분에 지켜낸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다.

억누르기만 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걱정하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

극소심쟁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살아보니 백 프로 잘되기만 하는 일은 없었다.

주어진 일에 혼신의 노력을 했을 때 상응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다.

분명, 성공여부가 중요하겠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를 믿고 나아간다는 것이 삶의 질을 높여주지 않을까.


하늘의 뜻을 알 나이. 지천명을 넘겼는데 뭐가 두려울 것인가.

한계시속체증의 법칙에 의거해 보면 남은 시간은 짧고 가속도가 붙어 빠르게 흐르니, 도전할 기회가 점점 줄어갈 것이다.

나의 이익을 위해서 조금은 영악해도 되지 않을까.

일만 하는 미련한 소도, 아파도 참아내는 미련곰탱이도 아닌 여우.

어차피 변하려 맘먹었다면 화끈하게 불여우. 꼬리 아홉 개 달린 구미호가 좋겠다.

변화를 꿈꾸는 구미호.


살면서 동경하고 바라마지않던 일들을 2024년이 되면서 하나씩 이뤄가는 중이다,

혼자 배낭 메고 해외여행 —> 17일 동안의 도쿄여행 완료.(내 삶의 방향을 찾은 것 같음^^)

뮤지컬 공연 보러 가기 —>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 혼자 보러 서울상경.(아싸~ VIP석)

내 꼴리는 대로 일상탈출여행 —> 7일간 제주 드라이브 여행(혼자 쌩쑈. 핸들 잡고 허리 튕겨가며 목이 쉬어라 되지도 않는 영어노래도 실컷 불러대고, 눈길 머무는 대로 쉬어 물멍ㆍ 바람멍)

벌써 5월이다.

빠르다. 그러나 예전과는 다르다.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이뤄내는 짜릿한 쾌감을 쌓아가고 있다.

타인과의 단단한 관계를 발전하고자 하는 이전에, 내가 먼저 단단해지기 위한 마음 수련 과정이다.


좋은 기운들이 내게로 다가오고 있다.

조짐이 좋다.

내일 일어날 일은 생각하지 말아야지. 오늘만 살 것처럼.

진실로 전율이 느껴진다 열렬히 잘 해낼 거라 믿는다.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태경이는 변신 중.

꼬리 아홉 개 달린 구미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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