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넘게 대상포진으로 곤욕을 치르고 나니 이어지는 근육통이 두통까지 불러, 남은 기운마저 다운시킨다.
조금씩 손대고 있던 작업을 이참에 끝내려고 붙들고 있는, 패브릭(티셔츠) 페인팅 안료냄새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청소도 해보고 주위를 환기시켜보는데도 떨어진 텐션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약상자를 뒤적여 진통제 한 알을 찾아 입에 털어 넣고는 집을 나선다.
'삼한사온'
며칠 추워서 턱밑까지 싸매고 다녔는데, 오늘은 제법 포근하다.
잘 풀어 갔다 붙여보면,
힘들어 죽을 날만 있는 건 아니라는?
그렇게 이겨내다 보면 봄이 온다는?
ㅎ말은 좋다.
당장은 이겨내는 게 힘드니 따순 날이 있을까 싶은 회의감으로 위험한 선위를 휘청거린다.
저 앞에서 걸어오는 여자.
멀리서는 나이를 추정할 수 없이 잘 차려입은 옷차림에 눈이 갔다.
가까이서보니 인상이 ㅜㅜ.
볼은 잔뜩 성이 나있고, 입고리는 양옆 아래를 향해 잡아당겨져 불만족?한 맘을 드러내고, 이마엔 내천(川)자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아무리 옷을 잘 차려입고, 화장을 곱게 한들 이뻐 보일 수가 없다.
속상한 일이 있나 보다.
웃으면 어떻게 인상이 달라 보일까.
스쳐 지나는 그녀를 뒤로하고는, 활짝 아주 활짝 입고리를 올리고 웃어본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나이 먹어 얼굴은 그 사람을 나타낸다는 말이 맞네.
뜬금없이 다짐을 한다.ㅎ
이쁘지 않으면 인상이라도 좋자~
카페 문을 밀고 들어가는데
아싸~~~
내가 젤 애정하는 창가자리가 비어있다.
혼자 책 읽기에 그나마 눈치가 덜 보이는 창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작은 테이블.
행복이 별거인가?
당첨될 확률도 없는 로또를 사는 것보다, 좋은 자리 확보.
그래,
오늘도 행복한 날 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