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이 엊그제 같은데, 반세기를 넘겨 올라온 계단을 뒤돌아 본다.
내려다 보이는 수많은 계단들. 다사다난하고 파란만장했던 순간들.
어둡고 칙칙한 시간들 사이에 빛나는 적은 불빛들.
어두울수록 불빛은 더 빛나듯이, 아름답게 빛을 내고 있다.
그중에 가장 밝고 소중하게 빛나는 시간.
경이로움을 알게 해 준 아이들.
별 볼 일 없는 내 몸 안에서 꿈틀대던 신비로운 경험.
태어나 잘한 게 있다면 두 아이를 낳고, 길러 냈다는 것.
성년이 되기까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부모로서의 능력치보다 잘 커주었으니 감사할 일이다.
딸아이가 사는 집 1층 상가에는 중년부부가 가게를 하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딸아이 차를 가게 차가 스크래치를 냈던 일) 안면을 트면서, 가끔 주차편의를 봐주시고 인사를 했단다.
명절대목이라 바쁜지 늦게까지 일하는 부부를 위해 명절 선물을 해드렸단다.
엄마가 해야 할 것 같다면서 들려온 분홍 보자기.
답례로 과하다 싶게 많은 양의 갈비다.
하루종일 불량난 재료 때문에 애를 먹이며 작업을 하고, 지친 상태였다.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핏물부터 빼려고 몽땅 물어 담갔다.
씻고 나니 피곤함이 몰려와 누웠다.
ㅋ 주방에 일거리가 있으니 맘이 편할리 없다.
양파, 사과, 파인애플, 마늘을 믹서기에 돌리면서, 야밤에 이게 무슨 일인고.
무거운 움직임과는 달리,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선하고, 어른 공경할 줄 아니~
짜슥~
잘 키웠다.
생각하니 피로회복제가 따로 없다.
'설 연휴에 맛나게 구워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