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날 눈 오는 수통골에서
'-답다'
ㅡ(쓰임) ‘-답다’는 '성질이나 특성이 있음'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로,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꽃답다/남자답다/사람답다/정답다/참답다/선생님답다’와 같은 말을 만들어냅니다. '-답다'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들을 보면, 그 뜻이 결과적으로 어근의 긍정적 속성을 내포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네이버국어사전>
’-답다‘라는 말이 성차별문제를 떠나서 여자답다, 남자답다, 소녀답다, 소년답다, 아이답다, 어른답다는 말이 참 좋다.
예쁘지 않은가.
성별이 왜 분리가 되어있겠나.
나름의 특성과 고유한 다른 미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리라.
’-답다‘가 붙은 말 중에 계절에 붙어 쓰이는 말.
겨울이 겨울답다.
늠름하고, 위세가 느껴지는 말이다.
이른 아침에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운전 중인데 눈이 많이 와서 불편하다고 한다. 길이 미끄러우니 나가지 말고 집에 있으란다.ㅋ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 겨울이 겨울답잖아~‘
서둘러 아침을 챙겨 먹고, 가방을 챙겨 꽁꽁 싸매고 나섰다. 눈밭에 굴러도 끄떡없으리라.
쌓인 눈 위로 눈이 내리고 있다.
길도 미끄럽다. 명절 이동차량들은 애를 먹겠다.
‘닥터 지바고’의 설원, ‘설국열차’의 눈 쌓인 철길, ‘철도원’의 눈 덮인 호로마이역, ‘러브레터’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하얀 눈밭.
겨울이 오면서 삿포로를 가야 하나, 홋카이도를 가야 하나. 행복한 고민을 하던 중에 여객기 사고가 나면서 먹은 맘이 식어버렸던 참이었다.
내가 사는 곳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온다는데 집에 있을 수가 없잖은가.
우와~~~~~눈이다.
쌓인 눈 위에 벌러덩 누워 천사라도 그리고 싶다.
시시각각으로 근사한 얼굴을 보여주는 겨울 산.
햇살을 드리우나 싶으면 금세 펑펑 눈이 오고, 그러다가도 시린 회색빛 풍경을 만든다.
겨울이 겨울다워 고마운 날.
까치 까치설날은 내일인데 까치는 보이지 않는다.ㅎ
내일은 좀 더 현명하고, 어른스러운 내가 되기를 바란다.
근사하게 나이 들어 늙어가고 싶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내가 아닌,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