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수(雨水)

by 최태경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다.

살아생전 보지도 못한 북쪽 대동강도 풀렸으려나.

사람들은 봄을 동경한다.

새해.

새 학기.

새로운 시작.

인생의 추운 시기를 이겨내고 어김없이 오는 봄처럼, 내게도 봄날은 오리라 믿어보게 된다.

여러 의미로 봐서 봄은 설렘이다.

정초부터 대상포진에 감기몸살까지, 호되게 겨울을 보내고 있을지언정.

따순 봄날을 꿈꾼다.


된장쌈장말미잘(짜증 나거나, 말도 안 되는 일이 있거나, 내겐 욕이다ㅋ).


바람도 불고, 춥다.

눈이 녹기는 고사하고 다시 얼음이 얼판이다.

나이를 먹어서 그렇다고는 인정하기 싫고, 요즘 감기가 독하다는... 사실이 그렇기도 하고.

다 나은 줄 알았던 감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날이 풀린 줄 알고 방심한 탓이리라.

나이 먹어도, 알면서도 어찌 뻔한 짓을 하는지. 자식들한테는 늘 잔소리였는데.ㅋㅋㅋ

'내 그럴 줄 알았다. 조심하랬더니, 그렇게 고생을 해놓고는 여행이 뭐꼬.'

엊그제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혼자 군산뚜벅이여행을 다녀왔다.

덕분에 재발된 감기로 심신이 고달프다.

밤새 기침으로 잠을 설치고, 병원을 갈 참으로 칭칭 동여매고 나왔는데, 성난 바람이 야속하다.


촥~(엉덩이가 아직은 찰지다ㅋ)

"아픈 주사라 아프실 거예요. 잘 문질러주세요."

주사까지 맞았으니 며칠만 고생하면 나아지겠지.


돌아오는 길.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쏘냐.

약 먹고 커피 마셔도 된다는 얘기까지 약사에게 묻고 들었으니 ㅋ한결 가볍게 마실 수 있으리라.


맹맹한 코를 비틀어 풀면서 인터넷검색을 한다.

전주 시외버스시간표.

하루 동안 어디를 가볼 것인가.

아담하고 멋스러운 한옥에서 팔던, 뜨거운 돌잔에 견과류 동동 떠있는 진한 쌍화탕을 팔던 카페이름이 뭐였더라.

술박물관도 들려봐야지. 차 없이 가니 술 한 잔도 좋으리라.

ㅋ행복한 고민이다.

그릉그릉 기침 때문에 힘들어도, 쿠기 하나가 날 위해 헌신해 주니.

우수~~~수 해피바이러스가 수북이 쌓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재즈는 비가 되어 쌓인 눈 녹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