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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되어

by 최태경

그 요양원에 ㆍㆍ를 남겨두고 난 거리를 나섰다.


지나가는 걸인 씻겨 먹여주던 ㆍㆍ.

자식 셋과 부모형제 떠 맡기고 간 내 아버지를 잃고, 큰살림 짊어지고 모진 시집살이 견뎌내며, 아들 잃은 할매를 밤마다 다독이며 품고 잤던 맘은.

객식구를 들여 가족으로 맞이하고, 평탄치 않은 자식들의 삶을 말없이 지켜보며 무너져 내렸을 그 속은.

허리에 박아놓은 쇳덩이를 안고, 핏줄의 핏줄들을 업어 키워내시고 망가진 몸.

놓지 않고자 버틴 정신은 맘뿐.


이제 휠체어에 쪼그라든 ㆍㆍ를 본다.


총명함도, 무쇠 같은 건강함도, 초긍정의 에너지도 팔십 평생의 굴곡진 삶이 앗아가 버렸다.

그래도 날 보며 웃는다.

"내 딸이에요. 내 딸. 딸 왔어~~~"

했던 이야기 수십 번을 되풀이해도 지금처럼만 날 알아봐 줘요.


차마 울지 못하는 나 대신 하늘이 세차게 때리며 비를 내린다.

거리에 수없이 떨어지는 빗물에 한없이 불러본다.


'엄마. 엄마.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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