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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따뜻할 예정인 다가올 봄
by
최태경
Nov 8. 2020
집에 티비가 없이 살다 보니 그와 관련된 일과 연예인들의 이야깃거리와는 무관심하게 산다.
모바일 기사로 아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특별히 눈에 띄는 영상들을 타고 가 찾아보는 격이니 요즘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들은 모델로 광고에 걸려도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
ㅜㅜ그런데도 그녀를 안다. 얼마 전 세상을 달리 한 그녀.
잠들지 못하던 새벽녘에 우연히 모녀의 위트 넘치는 문자 대화를 읽고, 입지 않게 된 아버지의 조끼에 엄마의 센스가
수놓아진 자수며, 그녀와 관련된 얘깃거리를 타고 다니며 읽느라 날이 밝았는데ㅜㅜ 그 날 보게 된 한 줄의 기사.
전기에 감전된 듯 도무지 몸도 맘도 움직여지질 않았다.
혼자 보낼 수 없었구나...
그 어미 맘이 어땠을지...
.
..
쉽사리 남 얘기를 하면 안 된다.
'
그럴 용기가 있었음
살아냈어야지'라고
쉽게들 얘기한다. 하지만 극한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죽음의 문턱에 서보지 않고는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
오죽했으면...
일찍이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몇 년 차로 일곱 분의 피붙이들을 보내면서 죽음 앞에 면역이 들었을 법한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간혹 기사로 접하는 비보에 애잔하기는 했으나 이번처럼 뇌전을 맞은 듯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입은 도통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산책길에 멈춰서 힘없이 떨어져 뒹구는 낙엽에도 가슴이 아려왔다.
그간 힘들어서 그런 거야...
잘 버텨내고 있었잖아...
숨이 목까지 차올라 가슴 저미는데도 잘 참아내고 있었는데...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내하는 중이었다.
그녀의 비보 기사로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제어
도 안 되는 감정선을 넘어가니 이유 없는 눈물까지 난다.
숨을 쉬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이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까지 잘해왔는데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면 안 된다.
주문처럼 되새기며 잠시 떠났다 오기로 했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언니가 여행을 가자고 불러냈다.
계획 없이 마음 가는 데로 움직였다.
가다 쉬고, 배고플 때 먹고, 눈길 잡는 카페에 눌러앉아 차를 마시고, 해지면 서 있는 곳에서 잠자리를 찾고, 핸드폰이 있으니 안 되는 게 없다.
최대한
생각하지 않기
를 한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오며, 떨쳐내기 쉽지 않은 거머리 같다.
무심히 찬바람을 맞고, 밤하늘이 달과 함께 내려앉은 밤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괜찮다. 억지 쓰지 않고...
좋아질 거야. 애쓰지 않고...
까만 밤하늘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줘버린다.
어김없이 태양은 떠오른다.
밤새 잠을 설쳤어도 살아있으니 눈도 떠진다.
급히 떠나온 여행인데도 조급함은 없다.
바람이 몹시도 차다.
수술 자리가 아리고
,
뼈를 때리는
바람인데도 어쩐지 싫지만은 않다.
강물에 비치는 가을빛.
혈기 좋던 푸른빛은 스러지고, 가을바람에 나뭇잎은 보낼 걸 알면서도 마지막을 불사른다.
우리는 누구나 떠날 것을 안다.
겨울을 앞둔 늦가을 들녘엔 결실의 풍성함은 사라지고 황량하기만 하다.
성숙함만을 남긴다.
날 닮은듯하니 마음이 간다.
겨울을
코앞에 두고 떠난 여행.
가을만 보내주려 했겠는가...
털어내려 몸부림칠수록 떨칠 수 없는 욕심들.
풍경소리 그윽한 산사 불전 앞에서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어 정화시켜본다.
채찍질도, 담금질도, 안 되는 것은 애쓰지 않고 내려놓으며, 내 소관이 아녔음을 위로하며 잘했다 쓰다듬어
준다
.
사람도
생채기 난 자리가 아물고 나면 새살이 돋는다.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고, 잎 떨군 자리에 봄볕이 달콤하게 내려앉으면 꼬물꼬물 새순이 돋겠지.
새순 틔우기가 어렵지 돋아나기 시작하면 금세 푸르러질 것이다.
사계절
순환되는 삶이 사람살이와 같다.
겨울 오니, 지나고 나면 곧 봄도 올 것이다.
남은 내 삶에도 봄은 올 것이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냈으니 오는 봄은 유독 따뜻할 거야.
※ 며칠 동안 온통 내 안을 흔들어 놓았던 모녀.
부디
아픔 없는
곳에서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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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타는 라이더. 그리고, 쓰고, 만든다. 음악과 영화가 좋다. 이제 막 베이스기타와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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