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by 최태경

디스크가 터져 수술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수술은 잘됐다는데 도무지 맘대로 되는 게 없다. 누워 있노라면 아삼삼 바이크 타고 대청댐 굽이굽이 바라~바라~바라밥~

아흐~기다려다오~반년 후면 내 너를 보러 가지 않겠느냐...

밀린 일거리 재촉에 책상 위에 책상을 올려 서서 작업을 한다. 앉아 있을 수 있다는 당연함이 사무치도록 그립다. 그나마도 1시간을 넘기기 힘들다. 날이 새는 줄 모르고 작업하고 책 보는 걸 할 수는 있으려나. 올빼미족임에 야심한 시간 24시간 하는 카페도 좋아라 했는데 커피가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일어서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지경이니 작업인들 수월할까ㅜㅜ

한숨같이 투덜거리다 눈에 거울이 들어왔다. 테이블용 작은 거울이다. 나이가 들면서 거울 보는 게 싫다.

'헉~ 그쪽은 뉘시온지'

날이 선 중년아지매가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거울 속 그분이 낯설게 느껴지면서 거울을 잘 안 보게 된 것 같다.

오늘 거울 속 여인네는 좀 측은해 보인다.

아무리 눈을 부라리며 치떠도 튀어나올 것처럼 크거나, 웃으면 보이지 않을 것같이 단춧구멍처럼 작지도 않은 그래도 가끔은 얘기하다 말고는 뜬금없이 듣는다.

'눈이 예쁘네요'

싫지 않은 멘트다.

눈썹 모발이 연하고 듬성듬성해서 그려 넣은 눈썹과 적당한 굵기의 쌍꺼풀.

크지도 작지도 높지도 낮지도 않은 코. 이것도 극히 개인주의 해석일 수도 있다. 그렇게 그만그만한 비주월 속에 그나마 두툼하니 섹쉬함이 포인트 갑인 입술이 눈에 띈다. 어릴 적엔 놀림받던 두꺼운 입술이 커가면서는 보톡스 값을 벌어주며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안젤리나 졸리덕도 크지 않겠는가. 불쌍한 끼워 맞춤이다. 어디를 봐서ᆞᆞᆞ 망언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산다.

그림을 그리듯 거울 속에 나를 그리다 떠오르는 곡이 있다.

원인 모를 그리움이 꼬물거리면 듣는 곡이다.


신영옥<얼굴>

https://youtu.be/0zdkKXzGcK4

같은 곡이다.

심수봉<얼굴>

https://youtu.be/DD7msLSzpM8

연거푸 들어도 좋은 곡이다.

입안에 오래도록 사탕을 굴리듯 입에 달고 있게 된다.

두 곡을 듣고 있노라니 같은 곡 다른 얼굴이 그려진다.

부르는 이의 목소리 때문이리라.

일찍 세상을 등진 아버지. 애틋했을 그 맘 몰라주고 차버린 그 사람. 자존심 때문에 속마음 숨기다 떠나보낸 그 사람. 그 눔. 그 분. 그 친구들ᆞᆞᆞ.

수많은 그들이 내 추억 속에 살고 있으니 목소리의 느낌에 따라 떠오르는 이도 다르지 않겠는가.

오늘은 거울 속에 비친 아줌마를 보면서 노래를 들어본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가는 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무지개 따라 올라갔던 오색빛 하늘나래
구름 속에 나비처럼 나르던 지난날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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