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라... 실컷 울어라.

by 최태경

내겐 흔히 말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아이가 있다.


딸이기 이전에 친구이며 희망이고, 암담할 때 조언자로 빛이 되어 주는 존재이다.

그 애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삼자로 인해 이별을 하게 됐다.

짧지 않았을 3년의 시간이 모두 상처가 되어 아파하고 있다.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알기에 가엽기 그지없다.

울다 지치면 축 처진 어깨를 안아주는 일밖에 해줄 게 없다.

내내 아무것도 먹지 않기에 물과 간단한 요깃거리를 저녁에 머리맡에 놓는다. 아침이면 그대로인 접시를 치우는데 비워지지 않은 접시가 무겁게만 느껴졌다.

수많은 이별과 헤어짐을 겪었음에도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자니 애간장이 녹아난다.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본다.

쇼킹한 사건이라도 생겨 다른 일에 신경을 분산시키면 좀 나을까.

없는 행운이라도 끌어모아 좋은 일이라도 만들고 싶다.

아니면......

내가 아파서 누워있으면 좀 상황이 달라지려나.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하게 된다. 내 상황이 아니라면 바보 같은 발상이라고 호되게 질타를 했을 것이다.

허나, 이 상황이 내가 되고 보니 말이 되고 안 되고 가 문제가 아니다. 그냥 내 아이가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맘뿐이다.

곤경에 빠졌다면 죽음을 불사하고 달려들 수는 있겠으나, 스스로 아픈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걸 알기에, 울고 싶을 때 기댈 수 있게 옆에 있어 주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야 서서히 상처가 아물면서 아픔도 옅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급 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이 약이다.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니가 아파봤어? 알지도 못하면서...

라는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다.

힘든 상황에서는 죽을 때까지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시간만이 치료 약이 되는 상처가 있다.

누군들 아픔을 일부러 찾아 즐기는 이가 있겠는가.

마음 아파하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니, 방황하며 힘들어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세상을 달리 한 아버지.

온기라고는 없는 차가운 몸에 염을 하는 걸 두 눈으로 봤으면서도,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할 정도로 봉분을 높게 쌓아 차가운 땅에 묻어드리고 왔음에도, 꿈만 같고, 당장이라도 호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아 당최 믿어지지 않았다.

확인이라도 하려 했던 것일까.

어린 나이에 하루가 멀다 하고 시외버스를 타고, 마을버스를 갈아타며 흙먼지 날리는 신작로를 걸어 들어가, 선산을 올라 잔디랑 잡초가 무성해진 묘소 앞에 술 한잔 부어 드리고 대답도 없는 대화를 하곤 했었다.

그때는 세상이 그리 끝나게 되는 줄 알았다.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고통은 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눈물 흘리는 시간이 줄고, 산 위의 아버지를 찾는 일도 적어졌다.

신변에 이런저런 일도 생기고,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며, 사는 게 치열해지다 보니 문득문득 생각나는 존재가 되어, 아버지 잃은 슬픔도 흐르는 시간에 희석되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니, 묻어둔 책갈피처럼 꺼내봐야 하는 추억이 되었다.


아이야~ 살아보니 시간이 약이더라.


그 말은 진리 더구나.

울어라.

실컷 울고 아프고 나면 분명, 지금보다는 나아져 있을 거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어여~ 기운 차리고 내게 눈 마주치며 환하게 웃어 줄 날이 왔으면 좋겠구나.




-구창모의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마음은 둘 곳을 모르고 너무나 슬픈 생각뿐
얻고 싶었던 사랑을 끝내는 잃어버린 채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진실을 알게 했어요

......


https://youtu.be/oyV4RETHx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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